정신과 의사들은 우리나라에도 인구의 5% 정도가 섹스중독증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류층에 많다는 것. 대부분 외도를 하다가 들키면 망신인 줄 알면서도 섹스에 빠진다.
▼섹스중독증〓83년 미국의 정신과의사 패트릭 캐른스가 ‘어둠 밖으로’란 책에서 선보인 용어. ‘성욕 과잉증’ ‘성적 강박증’ 등으로도 불린다. 코넬대의 수전 나단 교수는 “성행위 뒤 죄의식을 느끼면서 나빠진 기분을 다시 섹스로 푸는 ‘섹스중독의 악순환’에 빠진다”고 설명. 섹스파트너를 찾아 다니고 △자위 △포르노 △윤락 △음란전화 △변태 등에 빠진다.
▼병인가?〓논란 중인 문제. 미국 정신과의사들의 매뉴얼인 ‘정신병의 진단통계 매뉴얼(DSM)’에는 병으로 올라 있지 않다. ‘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섹스중독자가 섹스를 끊으면 뇌에서 특수물질이 나오지 않아 못견딘다고 설명. 과정이 뚜렷히 밝혀지지 않아 병으로 분류되고 있지 않을 뿐이라는 것.
메이요대의 도널드 윌리엄교수는 “다른 정신적 문제 때문에 부차적으로 나타나므로 근본 치료가 중요하다”고 주장. 섹스중독자는 열등감이나 정서불안 우울증 등을 풀기 위해 섹스에 빠진다는 것. 조울증이나 경조증(輕燥症) 환자는 기분이 좋을 때인 조증 상태에서 섹스에 몰입한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정신과 김창윤교수는 “병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중이지만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
▼치료〓미국에선 1천2백개의 지회를 가진 ‘섹스와 사랑 중독자 모임’, 6백개의 지회가 있는 ‘섹스중독자 모임’ 등이 결성돼 회원끼리 정보를 교환하며 치료를 모색. 그러나 스탠퍼드대의 마티 클라인교수는 “이러한 방법은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환자들은 하루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경고.
의사들의 입장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다. 독립된 병으로 보는 의사는 알코올중독증처럼 금욕단계를 거쳐 단계적으로 약물치료 상담 등을 받도록 한다. 우울증이나 정서불안의 산물로 보는 의사는 심리치료 약을 투여하면서 상담을 병행. 증세가 심할 경우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는 ‘화학적 거세’로 범죄를 예방하기도 한다. 그러나 완치가 힘들고 재발이 잦다.
▼가족이 할 일〓정신과의사들은 배우자나 친구가 섹스중독증이라고 의심되면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고 주장. 진행성이므로 빨리 치료받을수록 좋다는 것. 가족이 섹스중독증을 예방할 수 있다. 어린 자녀에게 섹스는 ‘사랑의 선물’임을 가르쳐야 한다.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는 말을 자주 하면 이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기 쉽다.
포르노로부터 떼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패트릭 캐른스는 저서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없다’에서 섹스중독증 남성의 90%, 여성의 77%가 포르노에 빠졌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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