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인터뷰]「고요」의 마흐발바프감독

  • 입력 1998년 9월 25일 19시 21분


24일 시작된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 ‘고요’를 선보인 모흐센 마흐말바프감독(41)은 이란의 테헤란 빈민가에서 태어나 세계적 감독이 된 인물.

10대에 반정부운동에 가담했으며 문학으로 시작, 82년 ‘나수의 회개’로 영화에 입문했다. 우리나라엔 이란의 독특한 문화를 색깔로 표현한 영화 ‘가베’로 잘 알려져 있다. 개막작 상영에 앞서 부산 수영만의 시네마테크에서 만난 마흐말바프는 “부산영화제는 출범 3년밖에 안됐으나 젊은층의 열기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는 영화축제로 이름나 있다”고 말했다.

“‘가베’와 마찬가지로 ‘고요’도 어려운 환경속에서 어떻게 자기 세계와 예술을 창조하게 되느냐를 그린 영화입니다.”

‘고요’는 눈먼 어린 성자에 관한 동화같은 이야기다. 열살난 코쉐드는 앞을 못보는 대신 소리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눈을 감아야만 볼 수 있는 새로운 세상. ‘과거의 슬픔, 미래의 불안에 대해 생각지 말라. 현재만 보아라’는 영화속 시처럼 주어진 환경속에서도 자기 운명을 지휘하는 어린 코쉐드의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다.

“지금 이란 영화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황금기입니다. 20년전 혁명이 발발하기까지는 ‘이란 영화는 죽었다’고 했죠. 그러나 혁명후 할리우드영화를 통제하고 자국 영화를 진흥하는 법이 만들어지면서 예술영화 관객이 1백만명을 넘을 정도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 이외에 다른 오락이 거의 없다는 것도 감안해야겠죠.”

그의 아내는‘고요’의 조감독, 딸은 신인영화감독, 아들은‘고요’의 사진집 작가로 뛰는 등 마흐말바프는 행복한 영화가장이다. 아내와 함께 내한한 그는 “내 영화가 개막작으로 뽑히다니 나도 참 늙었구나 싶었다”며 껄껄 웃었다.

〈부산〓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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