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찾기]「연구비 사냥꾼」 퇴출시키자

  • 입력 1998년 9월 30일 19시 39분


요즘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선 98년도 연구비 지원자 선정을 위한 심사가 한창이다. 자유공모 신진공모 부문의 연구비 지원금은 올해 1백90억원. 1인당 1천2백만원 꼴이다. 개인 지원금 외에 연구소 지원금까지 합하면 학술진흥재단에서 나가는 돈은 매년 1천억원선.

연구비를 지원하는 곳은 학술진흥재단 말고도 각 대학, 민간연구소, 민간학술재단, 기업체, 정부부처 및 산하단체, 심지어 종친회에 이르기까지 부지기수다. 한해 연구비 총액이 어림잡아 조단위는 넘는다는 게 학계의 계산이다.

그 엄청난 돈. 그런데 이 연구비가 정말 적재적소에 흘러들어가고 있는가.

새나가는 것은 없는지. 개인이 몇 건의 연구과제로 얼마의 연구비를 받았는지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술진흥재단의 곽진 연구부장은 “같은 연구주제로 여기저기 중복 지원해 돈을 타는 ‘연구비 사냥꾼’이 없을 수 있겠는가”고 우려한다. 그러다보니 개인별 분야별 모두 빈익빈 부익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복지원이나 편중을 막고 객관성과 형평을 유지하려면 정보 풀(Pool)제가 시급하다. 국내의 각종 연구비 지원현황과 연구주제 목록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야 한다. 그리고 누구나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누가 누구의 돈으로 무엇을 연구했는지, 중복으로 돈을 받지는 않았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그러던차에 학술진흥재단이 직접 그 일을 맡겠다고 나섰다. 곽연구부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제 관련 단체들이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협조하는 일이 남아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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