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를 지원하는 곳은 학술진흥재단 말고도 각 대학, 민간연구소, 민간학술재단, 기업체, 정부부처 및 산하단체, 심지어 종친회에 이르기까지 부지기수다. 한해 연구비 총액이 어림잡아 조단위는 넘는다는 게 학계의 계산이다.
그 엄청난 돈. 그런데 이 연구비가 정말 적재적소에 흘러들어가고 있는가.
새나가는 것은 없는지. 개인이 몇 건의 연구과제로 얼마의 연구비를 받았는지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술진흥재단의 곽진 연구부장은 “같은 연구주제로 여기저기 중복 지원해 돈을 타는 ‘연구비 사냥꾼’이 없을 수 있겠는가”고 우려한다. 그러다보니 개인별 분야별 모두 빈익빈 부익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복지원이나 편중을 막고 객관성과 형평을 유지하려면 정보 풀(Pool)제가 시급하다. 국내의 각종 연구비 지원현황과 연구주제 목록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야 한다. 그리고 누구나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누가 누구의 돈으로 무엇을 연구했는지, 중복으로 돈을 받지는 않았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그러던차에 학술진흥재단이 직접 그 일을 맡겠다고 나섰다. 곽연구부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제 관련 단체들이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협조하는 일이 남아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