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을 따라 또박 또박 써내려간 글씨에 3천6백개의 눈동자가 천천히 따라와 멈춘다.
어렵고 딱딱한 치의학 강좌에 수강생이 1천8백여명. 단국대 최초로 수강생 1천명 시대를 연 신승철(申承澈·46·치의학과)교수가 진행하는 ‘구강건강관리’수업의 한 장면이다.
학점에 관한 한 ‘짠돌이’로 소문난 신교수의 인기 비결은 철저한 강의 준비와 엉뚱하고 파격적인 레포트 등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의에 있다.
일반인의 충치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치아 구조가 등장하기도 하고 티타늄이라는 용어를 설명하기 위해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 나온다.
레포트도 전공에 따라 다르다. 음대생은 치아 보건을 주제로 한 노래를 작곡해 녹음 테이프를 제출하고 법대생은 치과 관계 의료법규를 해석한다. 또 산업디자인과 학생은 치아 건강에 관한 포스터를 그리게 한다.
그러나 문제는 1천명이 넘는 학생의 출석 체크. 조교들과 상의해 그날 그날 암호를 정해 출석 상황을 체크한다. 암호는 주민등록번호, 손가락 지문을 2회 찍어 대조하기 등 기발한 것이 등장해 학생들이 결석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일반 학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과목일수록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야 한다”는 게 그의 ‘강의론’이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