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나무 아래에는 여전히 통나무 의자가 홀로 의연하였고 그곁 받침목 위의 자배기 물 속에는 마침 흰구름 깃이 머물러 있었다. 나는 장작벼슬 아래의 통나무에 걸터 앉아 이곳 주승(법정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를 다시 한번 펼쳐 보았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란 옛말이 있다. 이 말은 행복을 찾는 오묘한 방법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우쳐 주고 있다.
―사람들만이, 소위 문명인이라는 인간들만이 자신들의 생활 환경을 끝없이 허물고 더럽힌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책 어느 곳이건 앞뒤 가리지 않고 펼치면 영혼의 한끼 양식이 나온다. 한쪽을 보던 두쪽을 보던 양에 매일 필요가 없다. 읽다가 졸리면 책으로 얼굴을 덥고 자도 좋다. 청빈의 세상이 꿈에 나타날지도 모르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나는 스님의 언어에서 이 척박한 시대의 위안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산과 물과 풀과 나무와 짐승에 이르기까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일상이 한폭의 수채화처럼 읽는 이의 눈앞에 떠오은다.
좋은 책이란 좋은 예술품처럼 보고 또 볼 때마다 새롭게 다가서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마음 산에 거듭 거듭 꽃이 피어났으면 좋겠다.
정채봉(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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