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장창’은 9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극작가 다리오 포의 작품. 빨간 코에 커다란 신을 신은 두명의 광대가 커다란 몸동작과 소란스런 대사로 다섯개의 에피소드를 연기한다.
곤봉돌리기 외발자전거타기 등 서커스 배우의 기술과 연극배우로서의 연기력을 겸비한 두 배우는 알프레도 콜롬바이오니와 스테파노 디 피에르토. 특히 콜롬바이오니는 수대에 걸쳐 광대를 직업으로 이어온 이탈리아의 ‘명문 광대집안’ 출신.
맹한 표정의 두 사람은 폭력이 만연한 사회를 비판하다가 흥분해서 친구를 두드려 패는 자가당착을 연기하거나, 찰리 채플린이 영화 ‘모던타임스’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자동화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나타낸다. 두 광대의 익살에 넋을 놓고 웃다보면 스웨덴 한림원이 왜 다리오 포에게 “권위를 조소하고 짓밟힌 자의 권위를 일으켜 세우는 중세 광대의 모방자”라는 평가를 내렸는가를 깨닫게 된다.
두 배우는 특별행사로 14일 오후2시부터 서울 종로구 동숭동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다리오 포 연극과 이탈리아 희극’을 주제로 무료 공개 워크숍도 갖는다. 공연은 같은 장소에서 오후7시반.
류블리아나국립극장의 ‘인생은 꿈’은 저주에 찬 예언에 맞서 새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인간을 그린 작품. 아들이 폭군으로 자라 왕국을 멸망케하리라는 예언때문에 자식을 낳자마자 감옥에 집어넣었던 폴란드 왕과 왕자를 다루고 있다.
원작자는 17세기 초 스페인 바로크문학의 거장 칼데론. 그러나 슬로베니아의 촉망받는 연출자 야누즈 키차는 20세기 관객도 공감할 수 있도록 작품을 재해석했다. 특히 오페라 아리아를 연상시키는 독백 등 대사처리가 매우 음악적이라 슬로베니아어를 모르는 관객들도 대사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오후7시반 문예회관 대극장. 02―760―4800,1(문예회관)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