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연극제 출품「인생은 꿈」,음악적 대사처리『눈길』

  • 입력 1998년 10월 13일 19시 51분


‘98서울국제연극제’. 피날레를 장식할 작품중 유럽 연극의 오늘을 보여줄 두편의 연극이 눈길을 끈다. 폐막일인 15일까지 공연되는 이탈리아 로마현대극단의 ‘와장창’과 슬로베니아 류블리아나국립극장의 ‘인생은 꿈’.

‘와장창’은 9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극작가 다리오 포의 작품. 빨간 코에 커다란 신을 신은 두명의 광대가 커다란 몸동작과 소란스런 대사로 다섯개의 에피소드를 연기한다.

곤봉돌리기 외발자전거타기 등 서커스 배우의 기술과 연극배우로서의 연기력을 겸비한 두 배우는 알프레도 콜롬바이오니와 스테파노 디 피에르토. 특히 콜롬바이오니는 수대에 걸쳐 광대를 직업으로 이어온 이탈리아의 ‘명문 광대집안’ 출신.

맹한 표정의 두 사람은 폭력이 만연한 사회를 비판하다가 흥분해서 친구를 두드려 패는 자가당착을 연기하거나, 찰리 채플린이 영화 ‘모던타임스’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자동화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나타낸다. 두 광대의 익살에 넋을 놓고 웃다보면 스웨덴 한림원이 왜 다리오 포에게 “권위를 조소하고 짓밟힌 자의 권위를 일으켜 세우는 중세 광대의 모방자”라는 평가를 내렸는가를 깨닫게 된다.

두 배우는 특별행사로 14일 오후2시부터 서울 종로구 동숭동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다리오 포 연극과 이탈리아 희극’을 주제로 무료 공개 워크숍도 갖는다. 공연은 같은 장소에서 오후7시반.

류블리아나국립극장의 ‘인생은 꿈’은 저주에 찬 예언에 맞서 새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인간을 그린 작품. 아들이 폭군으로 자라 왕국을 멸망케하리라는 예언때문에 자식을 낳자마자 감옥에 집어넣었던 폴란드 왕과 왕자를 다루고 있다.

원작자는 17세기 초 스페인 바로크문학의 거장 칼데론. 그러나 슬로베니아의 촉망받는 연출자 야누즈 키차는 20세기 관객도 공감할 수 있도록 작품을 재해석했다. 특히 오페라 아리아를 연상시키는 독백 등 대사처리가 매우 음악적이라 슬로베니아어를 모르는 관객들도 대사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오후7시반 문예회관 대극장. 02―760―4800,1(문예회관)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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