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충무로의 한 시사회장. 17일 개봉할 영화 ‘트라이얼 쇼’의 시사회는 참 썰렁했다. 참석한 취재진, 영화평론가도 몇명 안되고, 심지어 홍보 담당자들조차 “별로 기대할 영화가 아닌 것 같다”는 분위기.
하지만 필름이 돌아가기 시작하자 시사회장엔 폭소와 감동이 넘쳤다.
법률회사 오너의 딸과 결혼을 앞둔 촉망받는 변호사 찰스(제프 다니엘스 분). 갑자기 예비 장인 친척의 변론을 위해 시골로 출장간다. 그런데 친구 리차드(마이클 리차드)가 총각파티를 해주겠다며 부득부득 따라온다.
찰스는 총각파티를 하다 만취해 쓰러지고 할 수 없이 무명 연극배우인 리차드가 찰스 행세를 하며 변호인석에 선다.
가짜 변호사 리차드가 포복절도할 변론을 계속하는 동안, 안정된 미래에 흠이 갈까봐 안절부절 못하던 속물 찰스는 아름다운 시골 호텔 웨이트리스(샤를리즈 데론)가 내뿜는 풋풋하고 인간적인 매력속으로….
어찌보면 단순한 설정의 로맨틱 법정(法廷·Trial)코미디. 하지만 그 웃음속엔 ‘안정된 고소득 장래가 보장된 인생’과 ‘유동성 가득한 불안정한 삶’을 비교하는 세속적인 시각, 상대방이 그런 세속적 시각의 지배를 받고 있겠거니 하며 지레 체념하는 우리들, 그러면서도 각자의 마음속엔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 살아있는,‘엇비슷하게 착하고 세속적인 우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작 및 마케팅비용을 얼마 안썼다는 측면에선 분명 소품이지만 ‘나의 사촌 비니’에서 빈틈없는 이야기 전개 능력을 과시한 조나단 리 감독 작품답게 부담없고 짜임새 있는 웃음이 반갑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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