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올가이드]백건우의 색다른 피아노 선율

  • 입력 1998년 10월 20일 19시 27분


동양의 정적(靜的)인 분위기 속에서 보낸 유년기, 미국에서 고도의 테크닉 연마, 프랑스에서 정묘하고 감각적인 스타일 체득. 이런 피아니스트가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한다면 어떤 음악이 나올까. 백건우가 1, 2번협주곡에 이어 내놓은 협주곡 2집(협주곡 3, 4번,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수록)에 그 해답이 담겨있다.

‘코스모폴리탄(세계인)’으로서 백건우가 가진 미덕은 독특하면서도 균형잡힌 터치에 나타난다. 손끝으로 음울하게 번져나가며 음표 하나하나의 색채를 맛깔나게 더듬는 그의 연주는 페도세예프 지휘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의 두툼한 반주에 힘입어 싸늘한 러시아의 공기를 귓가에 감돌게 한다. RCA(BMG, 02―3420―0127)★★★★★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전남편 샤를르 뒤트와가 지휘하는 몬트리올 교향악단과 함께 프로코피예프(1, 3번) 바르토크(3번)의 피아노협주곡을 내놓았다. 별나게 템포를 당기거나 부서져라 두드려대는 등의 ‘과대포장’이 없으면서도 분위기는 시종 뜨겁기만 하다. 물흐르듯 유창하면서 귀에 본능적인 쾌감을 주는 ‘찰진’ 아르헤리치의 타건이 100% 발휘된다. 아날로그 전성시대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녹음도 매력적. EMI(02―3449―9423)★★★★★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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