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폴리탄(세계인)’으로서 백건우가 가진 미덕은 독특하면서도 균형잡힌 터치에 나타난다. 손끝으로 음울하게 번져나가며 음표 하나하나의 색채를 맛깔나게 더듬는 그의 연주는 페도세예프 지휘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의 두툼한 반주에 힘입어 싸늘한 러시아의 공기를 귓가에 감돌게 한다. RCA(BMG, 02―3420―0127)★★★★★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전남편 샤를르 뒤트와가 지휘하는 몬트리올 교향악단과 함께 프로코피예프(1, 3번) 바르토크(3번)의 피아노협주곡을 내놓았다. 별나게 템포를 당기거나 부서져라 두드려대는 등의 ‘과대포장’이 없으면서도 분위기는 시종 뜨겁기만 하다. 물흐르듯 유창하면서 귀에 본능적인 쾌감을 주는 ‘찰진’ 아르헤리치의 타건이 100% 발휘된다. 아날로그 전성시대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녹음도 매력적. EMI(02―3449―9423)★★★★★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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