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금옥<36·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몇 주 전 토요일이었어요. 남편과 아이들은 놀이동산에 갈 생각에 잔뜩 들떠 주차장에서 발을 구르고 있었고 저는 화장을 마친 뒤 가스밸브 전기스위치를 확인하고 있었죠. 그런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빨리 전화를 끊고 나가지 않으면 대참사가 일어난다’는 생각에 말이 빨라졌지만 한 두마디 하고 안부를 묻다보니 5분이 금새 지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얼굴이 벌개져 올라왔어요.
그리고는 “도대체 여자들은 다 왜 그래?”라며 벌컥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저도 대들었죠. “몇 분 좀 기다려 주면 어디 덧나느냐”고. 싸움이 의외로 커졌고 외출은 취소됐어요. 얼떨결에 아이들만 피해자가 됐고, 우리 부부는 일주일 동안 말도 안하고 각방을 썼어요.
결혼 11년째예요. 남편은 “화장시간이 많이 줄었다”며 대견해하지만 사실은 화장에 두 배 세 배 정성을 들이고 싶은 마음이랍니다. 피부도 예전같지 않아 화장도 잘 안 먹죠. 남편과 모처럼 외출하는데 남들 눈에 ‘아줌마’가 아닌 예쁜 아내로 비치고 싶은 마음은 변함 없어요. 또 아이들을 먼저 챙기다 보면 저는 자연히 늦게 되죠. 조금 여유를 갖고 기다려 줄 수는 없는 일일까요?
▼남편생각▼
이대호<38·컴키드 기획실 실장>
거의 매 주말 외출을 합니다. 밤 늦게 퇴근해 잠만 자는 ‘야속한 아버지’의 오명(汚名)도 벗고 기분전환도 할 겸, 아내 아이들과 놀이동산에 가거나 외식 또는 쇼핑을 하죠.
“나가자!”, 들뜬 목소리로 한마디 외치면 아이들은 좋아 펄쩍 펄쩍 뛴답니다. 그러나….
주차장에서 아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영겁’ 자체예요.“엄마 아직 멀었어?”수시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며 몸 달아 하는 아이들. 제 심정도 다르지 않죠.
저도경비실에서인터폰으로계속 집에 연락해 보챕니다. 외출 전 15∼20분 정도는 이런 광경이 꼭 벌어집니다. 화장도 하고, 외출하기 전에 가스밸브 전기스위치 등을다시 한 번확인해야 안심이 되는아내 입장도이해합니다.
또 나름대로 노력해서 신혼 때 30∼40분 걸리던 것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도 높이 사요. 때문에 요즘은 화를 잘 안내죠. 그래도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슬금슬금 오르기는 마찬가지예요. 동창회나 결혼식처럼 시간 약속이 돼 있을 때는 여지 없이 손에 땀이 차고 같은 자리를 계속 왔다 갔다하게 됩니다. 화장을 좀 일찍 시작하거나 시간을 좀 더 줄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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