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공예대전 26년에 부쳐]장동광/전통과 현대의 만남

  • 입력 1998년 10월 23일 19시 45분


오늘날 우리는 여러가지 매체와 시각환경 속에서 다양한 예술적 생산물을 접하고 있다. 창작과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20세기처럼 다양한 방식과 경로를 통해 예술문화를 경험한 세기는 없었다. 기술문명의 거대한 파도는 파피루스(종이)를 빼앗아갔다. 대신 초미립자 기억소자들이 입주한 CD에 의해 사고와 창작이 전달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요즘 공예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생활도구로 쓰였던 과거의 수공예품에서는 제작과정의 체취와 숨결을 느낄 수 있었던 반면 현대공예는 결과물 그 자체가 주는 순수한 공예적 기능이나 예술적 표현으로만 존재한다. 공예만큼 생활과 밀접한 예술이 없었다고 가정할 때 오늘날의 공예는 디자인과 순수예술의 사이에서 과연 어떤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일까.

20세기초부터 우리 공예는 외래문화의 유입으로 심각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 점은 현대공예가 현재까지도 질병처럼 안고 있는 공예전통의 계승이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서구적 교육과 제도의 여파는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지난한 몸부림을 요구해 왔다. 이런 시련기를 거치면서 30년간 우리 공예는 크게 두가지 경향을 노출시켰다.

하나는 디자인 제품의 범람 속에서 공예의 사회적 기능을 모색하기 위해 수공예의 전통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순수미술과 경쟁할 수 있는 예술적 창작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상반된 경향은 다른 한편으로 공예의 실용성과 예술성에 의문을 던지게 하고 공예개념을 혼란시키는 원인을 제공해 왔다. 대학에서 공예가를 키우기 위한 전문교육이 그러했고 또한 국내의 유수한 공예공모전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공예의 미학이 인간의 생활과 정서를 새롭게 환기시키는 예술의 기능을 담보하고 있다는 사실은 유효하다. 그것은 동아공예대전과 같은 민간전시회가 전통과 현대성의 조화를 통해 우리 공예의 미래적 좌표를 설정하려는 노력을 26년간이나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장동광(일민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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