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에 사는 햄릿이란 애가 햄릿이란 과자를 먹고 햄릿 현상을 나타내 지금 햄릿 병원에 있어요”라고 말해도 “아…그 햄릿”하고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이는 관객들을 상대로 ‘햄릿’을 연기해야 하는 여덟명의 배우들.
주연은 연기력과는 관계없이 연극판에서 텔레비전으로 픽업된 스타가 ‘낙하산 타고 내려오고’, 무대에 선다는 흥분 하나에 신명을 거는 중견배우는 생계를 위해 오늘은 아동극, 내일은 TV다큐멘터리 대역배우로 뛰는 고달픈 인생을 산다.
직장의료보험도 상해보험도 가입대상이 안되니 사고라도 당하면 ‘앓느니 죽어야 하는’ 연극배우들. “상업연극을 하는 이상 배우도 자본획득을 위한 상품 아니냐”고 제법 셈 빠른 척 하지만 누구도 ‘연극보다 돈이 우선’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순정에 발목 잡혀있다.
마치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듯 ‘90년대 한국사회에서 연극배우로 산다는 것’의 서글픔을 한껏 비틀고 부풀리고 때로 아슬아슬하다 싶을만큼 드러낸 ‘매직타임’. 포복절도하는 관객 옆에는 “이거 말장난이 너무 심한 것 아냐”라고 눈쌀 찌푸릴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관객들이 즐기도록 ‘햄릿’을 마당극으로 변형시킨다거나, 극중 배우끼리의 갈등을 ‘햄릿’의 한 장면으로 연결시키는 발상은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잔재주라고 볼 수 없다.
어떻게하면 TV드라마 영화 비디오 컴퓨터게임에 빠져있는 관객들을 돌려세워 연극을 보게할 것인가가 바로 “매직타임을 만든 우리의 고민”이라고 말하는 장치인 것같다.
번안 연출을 맡은 스물일곱살의 장진. 궁합이 척척 맞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정규수 이문식 이정은 추귀정 박병택 정지현 명경수 신하균. 그들의 익살은 “가장 멋진 무대를 만듭시다. 그게 우리가 세상에 서 있는 방법이잖아요”라는 마지막 대사를 위한 것이었을까.
11월1일까지 화∼목 오후7시반 금∼일 오후4시반 7시반. 서울 종로구 동숭동 바탕골소극장. 사흘 쉬었다가 11월5일부터 연장공연에 들어간다. 02―745―0745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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