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윤대녕,신작 장편소설 「달의 지평선」펴내

  • 입력 1998년 10월 25일 20시 06분


“당신은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해 본 적이 있나요? 그러기 위해 자신을 잊고 애써본 적이 있나요? … 타인이란 동시에 전혀 새로운 나라고 하셨죠. 그래요, 전혀 새로운 나를 만나 관계를 맺어 보도록 하세요.”

작가 윤대녕이 펴낸 장편소설 ‘달의 지평선’(해냄·전2권). 이 소설로써 “서른일곱살인 내 청년도 끝났다. 언제까지나 계속되리라 믿었던 그 암암하고 푸르던 날이…”라고 작가가 말한대로 80년대 중반부터 10년간 한 남자의 내면이 고통과 방황속에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운동권친구가 감옥에 간 사이 그 연인 은빈과 결혼한 탤런트 남창우.

그러나 결혼은 곧 파경을 맞고 창우는 의미없는 일상을 지속하는 데 기진맥진한다. 그런 창우곁에 마치 삶의 의미를 알려주려는 전령처럼 나타나는 세 여인.

배신당한 사랑의 복수를 위해 창우에게 집착했던 주미, 성고문의 가해자를 용서함으로써 ‘폭력에 대한 유일하고 궁극적인 복수는 사랑’임을 가르쳐준 혜정, 그리고 어린아이와 같은 자기애를 벗어나 “진심으로 타인을 받아들이라”고 일깨워주는 수연. 그들은 창우의 연인이자 삶의 교사(敎師)로서 그의 성장을 이끌어나간다.

‘뒤틀림’과 ‘저항’이 시대풍경이던 80년대를 밑그림으로 깔고 있지만 작가는 그 왜곡된 사회체제의 교정보다는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제대로 전할 수 없었던 서투르고 어렸던 개인들의 성장’과 진정한 관계의 복원을 구원의 가능성으로 제시한다.

소설의 마지막, 창우는 세월 저편에서 잃어버렸던 옛 연인 은빈과 비오는날의 데이트에 나선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