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이 떠나면서 빈집으로 방치된 경우가 적지 않은데다 지방자치단체 등도 예산이 없어 보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2백년이 넘은 안동시 풍천면 가곡리의 가일수곡종택(佳日樹谷宗宅·중요민속자료 176호)과 시습재(時習齋·전통건조물 9호)는 2년전 후손들이 모두 떠난 뒤 ‘흉가’로 변해가고 있다. 시습재는 담이 무너져 내렸고 대문도 없다.
다른 종가(宗家)의 고택(古宅)도 대부분 사정이 비슷하다.후손이 있어도 집을 돌보지 않아 옛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안동 하회마을도 전체 건물 2백90여동 중 30여동이 비어있는 상태. 하회마을 최고의 고택 양진당(養眞堂·보물 306호)도 종손은 떠나고 ‘칠순며느리’ 혼자 집을 지키고 있다. 양진당은 유성룡(柳成龍)선생의 형인 유운룡(柳雲龍)선생의 종택.
최근엔 홍수로 안동시 법흥동의 고성 이씨종택(固城李氏宗宅·중요민속자료 185호)과 하회마을 유성룡선생 종택인 충효당(忠孝堂·보물 414호)의 담 일부가 무너지기도 했다.
국가나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이들 건축물은 보수비가 나오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편. 비지정 문화재는 무너져 내려도 손볼 길이 막막하다.
안동시청 송승규(宋承圭)씨는 “매년 4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고정적으로 하회마을에 10억원, 도산서원에 4억∼5억원을 사용하고 나면 다른 건물을 충분히 보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송씨는 또 “예산지원도 필수적이지만 고택에 사람이 살도록 하는 방안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안동시는 일부 고택에 명예관리인을 두고 최근엔 공공근로인력(6명)까지 투입했다.
그러나 안동시 가곡리 권오걸(權五杰)씨는 “바쁜 농사일 때문에 빈집을 돌봐주기가 쉽지 않다”면서 “확실한 위탁관리인제도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퇴계 이황(退溪 李滉)선생 탄신 5백주년이 되는 2001년 안동에서 국제유교문화제가 열릴 예정인데 고택이 점점 무너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우선 안동시에 고건축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안동〓이광표·윤종구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