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은 방송 멘트가 하루를, 때론 삶의 이상까지를 바꾼다. 30년 이상 라디오 진행자로 활약해온 저자가 프로그램 오프닝 멘트와 지난 날들의 추억, 작곡가인 아버지 김순남을 향한 그리움을 수상집 한 권에 담아냈다.
방송실 예비용 기기에서 ‘최선을 희망하되 최악에 대비하라’는 격언을 떠올리고, 실직자들을 향해 ‘삶의 부분월식으로 생각하라’고 권하는 그의 단상들은 때로는 따끔하게, 때로는 푸근하게 일상에 지친 마음에 내려와 쌓인다.
그가 백남준을 만나 들은 부친의 일화들에도 눈길이 간다. “김순남의 제1교향곡을 찾았으면 해. 친구들이 밥을 사주고 집에서는 죽을 끓여 먹으면서 열흘만엔가 썼다거든….” 현대문학사. 7,0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