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지금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보다는 가슴에 사랑의 상처를 담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특히 권할만하다.
주인공 민우가 겪어가는 세번의 사랑은 단순한 사랑으로서의 만남이나 이별이 아니라 인간이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의 소나기같은 상처와 그것을 이끌어 안으며 또한 새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처연한 인간적 진실을 깨우치게 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는 사랑에서 흔히 맞닥뜨리는 그리움 외로움 절망 등의 이야기가 큰 주제로 나타나지만 민첩하고 세밀한 작가의 어법구사로 사랑 이야기에서 흔히 느껴지는 ‘그저 그런 이야기’의 통념을 놀랍도록 벗어나게 해준다. 그러면서 소설을 읽어가는 사람의 가슴에 절망과 외로움의 문제를 오래도록 화인(火印)처럼 남게 해주며, 작가가 겪는 첫사랑의 순수, 육욕적 사랑, 그리고 문학적 동반자와의 아가페적 사랑 등 세가지 빛깔의 사랑과 거기서 우러나오는 감정의 변화와 정신적 갈등을 섬세한 필치로 보여준다.
시를 쓰는 시골 중학교 교사 민우는 누구나 첫사랑이 그렇듯 붓꽃같이 예쁘고 소박한 후미를 만나 결혼하지만 운명같은 무서운 인연이 또한 민우의 인생에 문신같은 흔적을 남기게 된다. 신내림을 받은 무당 애령이다. 그러나 무당 애령과의 업보같은 사랑 그 다음에는 제자 혜리와의 육체를 떠난 아가페적 사랑이 기다린다.
젊은날의 격정도 슬픔도 한조각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라앉혀 조용히 반추하는 소설의 말미에서는, 이 작품이 바로 소설로 만나보는 새로운 ‘홀로서기’가 아닐까, 짐작케 한다.
신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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