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아름다운 시절」촬영 뒷얘기]

  • 입력 1998년 11월 12일 19시 05분


‘아름다운 시절’을 보다보면 저런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해지는 기막힌 영상이 적지 않다. 6·25직후의 풍광과 이광모감독의 머리 속에 있는 이미지를 온전하게 표현하기 위해 감독은 정말 ‘징글징글하리 만큼’ 완벽에, 또 완벽을 기했다. 제작과정 중의 사소한 일, 그러나 결코 작지 않은 일을 모아보면….

▼전봇대를 뽑아라〓50년대의 풍경이 살아있는 곳을 찾기 위해 전국 곳곳을 1백여차례나 샅샅이 훑었다. 안성댁(배유정 분)과 미군이 정사를 갖는 방아간은 전북 임실군 덕치면에서 발견했다. 그러나 방아간 옆에는 시멘트 전봇대가 6개나 우뚝. 이곳만은 포기할 수 없었던 제작진은 한국통신의 협조를 얻어 전봇대를 뽑아냈다.

▼사슴집게벌레도 고생한 추위〓여름 장면을 가을, 겨울에 찍느라 연기자는 물론 곤충도 고난을 겪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사는 사슴집게벌레는 아이들이 싸움을 시키면 힘차게 전투를 해야할 장면에서 난생 처음 겪는 추위에 비실비실. 결국 준비된 10여마리중 힘찬 놈만 화면에 등장하게 됐다.

▼돼지비계가 베이컨으로〓최씨(안성기)가 어린 성민(이인)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치는 장면. 좀 덜 아프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싶어 성민의 종아리에 돼지비계를 붙였다. “안 아프다”며 제작진을 안심시키던 성민은 OK사인이 떨어지자 화장실로 달려가 서럽게 울어댔다. 촬영을 빨리 끝내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 성민의 다리에 붙인 돼지비계는 베이컨처럼 검붉게 익어있었다.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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