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필요한 책들. ‘한국 종교문화사 강의’(청년사), ‘현대 중국을 찾아서 1,2’(이산), ‘현대 한국사학사(史學史)’ (나남). 두툼한 두께에, 더욱 두툼한 내용으로 독자를 찾아왔다.
한국종교연구회가 펴낸 ‘한국 종교문화사강의’. 신석기시대부터 삼국 고려 조선시대를 지나 오늘날까지, 성쇠(盛衰)를 거듭했던 이 땅 여러 종교의 흐름을 폭넓고 객관적으로 고찰했다.
‘종교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는 생각으로,어느 한 종교에 치중하지 않고 문화와 역사 속에서 종교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유교 불교와 같은 체제 중심적 종교보다도 도교나 선(仙) 무속 민간신앙과 같은 주변 종교들이 우리 문화의 진정한 자양분이었다고 강조한다.
이들이 바라보는 한국 종교는 조화와 융합, 관용의 종교다. 이것은 때론 불교적이고 때론 기독교적이며 또 때로는 무속적인 한국인의 일상에 잘 드러난다.
저자들은 또한 일제시대, 분단과 독재의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 종교가 파행을 면치 못했음에 주목하고 반성과 새로운 도약을 촉구하기도 한다. 지나친 외형만의 성장, 종교의 정치화, 정보화에 대한 대응 능력 부족 등등. 20,000원.
미국 예일대교수인 조너선 스펜스의 ‘현대 중국을 찾아서’ 는 미국 역사학계에서 중국사의 바이블로 통하는 책이다.
17세기 명말기부터 천안문사태가 일어났던 1989년까지 4백여년간의 중국 역사를 철저하게 객관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중국을 한국과 비슷한 문명권의 나라로 보았던 한국 독자들에겐 새로운 중국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인 셈.
중국의 현대사는 대내적으로는 조화를, 대외적으로 자주를 실현하기 위한 ‘경이로운 노력’의 역사라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청나라의 위대한 황제들, 쑨원 장제스 덩샤오핑과 같은 20세기의 거물들을 통해 권력 중심부를 예리하게 파헤치지만, 저자의 눈은 이내 숱한 혁명과 반란 속에서 사라져간 민중들의 드라마틱한 삶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권력 중심부의 변화가 다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것이 바로 저자의 주된 관심이기 때문이다. 각권 19,500원.
조동걸 국민대교수의 ‘현대 한국사학사’는 금세기 한국 역사학의 변천과 발전을 통시적으로 살펴본 책.
조선후기 실학과 구한말 계몽주의 사학,박은식 신채호 등의 민족주의 역사학을 당당히 계승하지 못한채 일제 식민사관 앞에서 좌절하고 분단과 독재 속에서 파행과 왜곡을 거듭해온 한국 역사학계. 저자는 역사학계 자체의 뼈저린 반성을 요구한다.
그 요지는 역사 밖에서도 역사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역사학을 정치의 시녀로 떨어뜨리지 말아야 하며, 비판적 시각을 상실한채 사실의 단순한 나열을 역사라고 우겨서도 안된다고 강조한다. 28,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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