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산업,소비자반응 즉시 반영…다양한 신제품 줄이어

  • 입력 1998년 11월 21일 19시 58분


여성의류 ‘샤데이’와 ‘YK038’을 생산하는 의류업체 이니셜 트랜드㈜는 한 시즌에 1백50∼2백여개 준비하던 제품모델을 올 가을시즌부터는 2천∼3천여개로 대폭 늘렸다.

매주 2백∼3백여개 종류의 옷을 시험생산해 주말쯤 유행에 민감한 명동이나 압구정동의 ‘안테나숍’과 백화점 등에 전시판매한 뒤 소비자의 반응이 좋지않은 제품은 즉시 단종시키고 상품력있는 옷만 집중적으로 내놓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새로운 모델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제품의 수명도 짧아져 보통 2∼3개월이던 라이프사이클이 요즘에는 한 달을 넘기지 못한다.

이처럼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전환해 극심한 소비불황을 뚫어보려는 기업들이 최근들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주요 품목은 의류 잡화 식품 가구 등 소비재 기업들.

이들 기업은 매주 수많은 모델을 새로 내놓고 소비자의 반응을 탐색한 뒤 본격생산 여부를 결정하는 ‘소비자반응 생산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여성의류업체 데코㈜는 이같은 판매방식으로 매출확대에 성공했다.

다양한 종류의 옷을 소량생산해 이틀 정도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해보고는 ‘될성 싶은 제품’만 추가생산한다. 또 서울의 강남과 신촌 등 지역마다 인기상품이 다른 점에 착안해 한 지역에서 뜨는 인기상품을 다른 지역에서 수시로 보충하는 ‘점간이동’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대부분의 의류업체가 30∼40%의 매출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데코는 이같은 전략을 통해 지난해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코가 생산하는 의류의 라이프사이클은 심한 경우 1주일이 채 안되는 것도 허다하다. 소비자의 반응이 없으면 그 자리에서 생산을 중단하기 때문.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는 TV홈쇼핑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LG홈쇼핑은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는 제품이라도 가격별 성능별 디자인별로 다양한 ‘멀티모델’을 준비하고 매일 판매결과에 따라 인기제품과 비인기제품을 구분해 제조업체에 주문한다. 이를 위해 3천5백여 중소기업과 협력관계를 갖고 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에 맞추기 위한 노력은 롯데칠성 해태음료 한국코카콜라 등 식품업체도 마찬가지

같은 음료라도 여러가지 크기와 모양의 캔에 담아 팔기도 하고 스낵제품을 소용량 일반형 대용량 포장으로 나누어 소비자층을 다양하게 공략하고 있다.

신선식품의 경우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신선도를 선전하기 위해 당일생산 당일판매 당일폐기 체제를 갖춘 기업이 늘고 있다. 양계업체인 가농㈜은 그날 생산된 계란만 판매하며 빙그레가 운영하는 제과점은 밀가루 반죽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하루에 끝낸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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