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교수의 ‘현대적 문인화’를 보면 “문인화의 지평이 이렇게도 넓어질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전시작들은 붓과 먹이 어우러진 한판의 춤마당같다. 그윽한 문(文)의 향기를 피워내는 전통 문인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러나 추상이나 구상의 형식에 얽매이지도 않고 일필휘지의 붓기운이 곳곳에 살아있다.
홍교수는 “문인화의 정신은 한국화의 모태”라며 “그 정신을 현대적인 회화 기법으로 표현했다”고 말한다. 수묵화의 현대화 운동을 주도해온 홍교수는 80년대 이후부터 전통 문인화를 현대적으로 재현해내는데 힘을 쏟아왔다. “세계 무대에서 통하려면 우리 전통의 정수를 현대적 미감으로 재창조해야 합니다. 서양인들은 자기네 것과 닮은 작품에 대해서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이번 국내 전시는 10여년만이다. 그동안 중국 독일 등지에서 해외전을 가졌다. 홍교수는 “현대적 문인화에는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 과거를 답습하기 보다는 전통 문인화의 선과 점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이 시대의 것으로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 02―734―0458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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