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화자는 짱아다. 짱아는 봉순이가 가정부로 일하게 된 주인집의 다섯살짜리 딸. 봉순이의 이야기지만 사실은 봉순이언니와의 만남을 통해 짱아가 세상에 눈 뜨고 세상과 소통해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그렇게 짱아의 가슴 속에 자리잡은 봉순이언니였지만 짱아가 커가면서 봉순이언니와의 일체감은 조금씩 사라져간다.
그러면서 봉순이언니는 세탁소집 총각과 눈이 맞아 도망갔다 아이를 밴 뒤 버림받고, 마음씨 좋은 홀아비를 만나지만 그것도 잠시뿐 남편을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낸다. 그 깊은 상흔을 안고 가끔 집에 찾아오는 봉순이언니. 그러나 짱아는 그런 언니가 그저 귀찮게만 느껴진다. 짱아는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학생운동의 전선에 나서면서 자신과 세상의 허구를 깨닫고 봉순이언니를 생각하지만 화해는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그 짱아는 어쩌면 작가 자신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지난 시절 별다른 주목도 받지 못한채 고도성장의 뒤켠으로 사라져갔던 가정부 식모들의 삶을 되살려내고 대도시 중산층의 숨겨진 허위의식을 잘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60, 70년대 서울의 풍경을 선명하게 묘사한 것도 즐거운 읽을거리의 하나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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