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순신」,출연진-관현악-무대 「3위1체」

  • 입력 1998년 12월 7일 19시 36분


두달간의 수정작업 후 2,3일 부산에서 다시 태어난 민족오페라 ‘이순신’은 베르디의 ‘아이다’에 필적할 만한 중량감있는 무대, 한층 치밀해진 관현악과 합창, 출연진의 완숙한 기량이 돋보였다. 사건 발생순서에 따라 다시 배열된 극의 구성으로 인해 관객들도 극중 인물들의 충절과 음모, 비탄과 환희 속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갈 수 있었다.

은은한 호적(胡笛)소리를 배경으로 충무공의 복잡한 상념을 형상화하는 아리아‘한산섬 달 밝은 밤에’, 승전의 기쁨과 추모의 상념이 교차하는 피날레의 호흡 긴 선율선에서 곽승이 지휘한 관현악은 빛을 발했다.

관객들을 가장 압도한 부분은 두차례에 걸친 전투장면. 고증 그대로 ‘건조’시킨 거북선과 왜선이 무대에 들어서자 객석에서는 탄성이 일었다. 이순신 역 고성현, 방씨부인 역 박정원의 열연도 감탄을 자아냈다. 사력을 다해 싸우라는 이순신의 절절한 절규는 대포의 효과음까지 뚫고 나왔다. 때로 가녀린 호소로, 때로 볼륨감있는 모성으로 영웅을 감싸안는 박정원의 목소리 연기 역시 일품이었으며, 강무림이 역연한 원균은 큰 볼륨과 강건한 음성으로 간웅(奸雄)이라기 보다 자의식이 지나친 새 인물을 만들어냈다.

한편 두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개작 작업이 이어진 때문에 극의 기능적인 흠도 적잖게 노출됐지만 대부분의 ‘결함’은 쉽게 수습될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에 한정됐다.

전쟁장면에서는 효과음의 볼륨이 지나치게 커 성악진과 합창의 효과가 부각되지 못했고, 장군 서거 후의 피날레 장면에선 초연무대의 운구(運柩)장면이 별다른 대안 없이 삭제돼 ‘정지화면’이 지속되는 듯한 지루한 느낌을 낳기도 했다. 장면전환에 시간이 오래 걸려 극의 흐름을 끊기도 했으나, 오페라 전문무대인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및 로마 등의 해외무대에서는 충분히 해소될 문제로 보인다.

오페라 ‘이순신’서울공연은 9∼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이순신 역에 고성현(9,11일)박경준(10,12일), 방씨부인 역에 박정원(9,12일)전은정(10일)최원주(11일)가 교대로 출연한다. 042―526―1016(성곡오페라단)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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