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급격히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미약하나마 약간씩 살아나는 가운데 현장의 산업경기 동향을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베어링 내수판매량이나 산업용 전력소비량의 감소세가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8일 본보가 실물경기의 바로미터인 △도매시장의 상경 버스대수 △패밀리레스토랑 매출액 △택시기사 수입 △베어링 판매대수 △산업용 전력소비량 △고속도로 통행량 등 10개부문의 현장동향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8,9월에 밑바닥을 치고 10,11월을 고비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유통업체 외식업소를 중심으로 매출이 8,9월 최악에 이른 후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 서울 동대문D상가의 경우 지방 도매상인 버스차량이 6∼9월 하루평균 80∼90대로 작년 같은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10월 들어 1백10대, 11월에는 1백30대까지 늘어났다. 작년 이맘 때(1백70대)와 비교하면 30% 감소한 수준이지만 바닥에 비해선 62.5% 회복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넥타이 판매액을 보면 8월(작년 같은달보다 4.4%증가)을 제외하고는 6∼9월 동안 20% 이상의 감소세를 보였으나 10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10월은 작년 같은달보다 1.9% 증가했으며 11월에는 18.7%나 늘어났다.
외식업체도 가족단위의 음식점을 중심으로 급격한 하락세는 멈춘 상태. 도곡동의 B패밀리레스토랑의 경우 특별행사가 있었던 6월 매출이 8.2%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영업이 계속 악화돼 10월 -18.1%까지 떨어졌다가 11월에는 -12.0%로 감소폭이 다소 줄어들었다. 매출액으로도 9,10월 2억8천만원까지 떨어졌던 것이 11월에는 3억원으로 다소 회복됐다.
민간소비가 살아나면 택시 타는 횟수도 늘어나게 마련. 월급제를 실시하고 있는 K택시회사의 경우 택시1대에 하루평균 수입이 6∼8월 8만원 내외였던 것이 9,10월 7만원으로 떨어졌다가 11월 8만5천원으로 늘었다.
이같은 소비심리의 회복은 민간경제연구소의 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소비자태도지수(낙관과 비관의견이 동수일 때 50)를 조사한 결과 4·4분기(10∼12월)가 41.7로 3·4분기(7∼9월)의 34.9보다 크게 개선됐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소비자태도지수가 기준치인 50에는 못미쳐 본격적인 회복국면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위축된 소비심리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산업〓제조업 경기의 선행지표인 베어링 내수판매량도 9월부터 크게 늘어 생산현장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다.
메이저업체인 FAG한화베어링의 월평균 베어링판매대수를 보면 6∼8월 월평균 3백90만∼5백60만개에서 9월 6백70만개로 늘어났다. 또 10월 6백30만개, 11월 6백60만개로 6백만개이상 수준을 유지했다.
작년 같은기간 대비 증감률도 6∼8월 30%이상 감소했다가 11월에는 15.4% 감소세가 둔화. 9월 작년수준을 유지했던 것은 작년9월에 추석연휴가 끼여 있어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
이 회사 이병찬과장은 “베어링은 거의 모든 생산현장에서 쓰는 기초기계부품으로 사용량의 증가는 그만큼 제조업 경기가 좋아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평균 산업용 전력소비량도 10월 들어 감소세가 큰폭으로 줄어든 상태. 6∼9월 10% 이상의 감소세를 보이던 것이 10월 들어서는 3.5%감소에 그쳤으며 소비량 자체도 하루 39만1천메가Wh로 9월(38만메가Wh)보다 1만메가Wh가량 늘어났다.
▼교통 및 통신〓소비심리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도로 교통량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도로공사가 집계한 고속도로 통행량의 경우 6,7월 1백80만대선에 머물렀으나 8,9월 1백90만대로 올라섰다가 10,11월 2백만대를 넘어섰다. 작년 같은기간 대비 증감률도 6∼8월에는 10%이상 감소했던 것이 9월부터는 감소율이 10%미만으로 떨어져 11월에는 6.7%감소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정유5사의 휘발유판매량도 미미하나마 회복세를 타고 있다. 작년 같은기간과 비교해 6∼10월에는 15∼22% 감소했던 것이 11월들어 13.0% 감소에 그쳤으며 11월 판매량도 10월에 비해 4천3백30배럴이 많은 16만6천9백30배럴이 팔렸다.
이밖에 한국통신 유선전화 가입자도 올들어 계속 감소세에서 10월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6월 2천32만회선에서 매달 1만∼2만회선씩 줄었으나 10월 2천29만회선으로 9월보다 1만2천회선이 늘었으며 11월에도 1만6천회선 늘어난 2천31만회선으로 집계됐다.
〈이영이·김승환·정재균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