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 첫 「일부 면책」…서울지법 결정

  • 입력 1998년 12월 8일 19시 49분


빚을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상태에서 이를 숨긴 채 다시 빚을 진 개인파산자에게 법원이 처음으로 빚 일부를 면책해주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이규홍·李揆弘부장판사)는 8일 김모씨(26)와 이모씨(50)의 면책신청에 대해 “전체 빚의 60%와 70%를 각각 면책하고 나머지 빚은 계속 갚도록 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김씨 등이 채무불능상태임을 속이고 10여개의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빚을 얻어쓴 점이 인정되지만 빚을 과다하게 지게 된 원인이 오로지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한 것이어서 면책을 전부 불허할 경우 김씨에게 너무 가혹한 조치인 점을 감안해 일부를 탕감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부 면책’결정은 현행 파산법에는 없지만 미국과 일본의 판례를 참고해 적용한 것으로 불량채무자에 대한 면책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법원의 방침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면책만 허락된 김씨 등은 금융거래 정지, 공무원취업 금지 등 파산자로서의 불이익은 그대로 감수해야 한다. 김씨 등은 빚을 갚고 나면 복권을 신청할 수 있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아버지의 빚과 병원비를 갚기 위해 삼성카드 등 카드 14개를 만들어 한 신용카드에서 돈을 빼 다른 카드의 빚을 갚다가 빚이 6천3백여만원에 달하는 등 파산상태에 이르자 올 2월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다른 개인파산자 9명의 면책신청에 대해 “채권자의 이의신청이 없고 재산은닉, 낭비와 도박, 사기성 행위 등 면책불허 사유가 없어 전부 면책한다”고 결정했다.

이들은 채권자들이 2주 이내에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하지 않을 경우 모든 빚을 탕감받고 사회적 경제적인 모든 권리를 회복해 정상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파산과 면책제도가 악성채무자에 의해 악용될 것을 우려해 “재산을 고의로 은닉하거나 파산을 앞두고 막대한 빚을 추가로 진 채무자에 대해서는 전부 면책을 불허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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