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일을 계속할 뿐이지요. 구순이라고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국립국악원 원로사범으로 변함 없이 활동중인 김천흥은 나이를 믿을 수 없을 만큼 꼿꼿한 몸가짐과 또렷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아는 분야의 자료화 작업에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어요. 문서로 남길것은 문서로, 영상이 필요한 것은 비디오로….”
요즘은 20년대 ‘이왕직 아악부’에서 정리된 가곡(歌曲)악보를 보며 그 연주요령을 훗날에 남기기 위한 녹음작업을 하고 있다.
“건강비결요? 젊어서부터 몸에 밴 소식과 채식이죠. 90년대 들어서부터는 기상 직후 매일 혼자서 만든 전신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감기로 잠시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몸의 날렵함은 아직 웬만한 청년 ‘저리가라’다.
“후학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두가지입니다.학교에서 전공한 것 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기예를 펼칠 수 없어요. 소리가 무르녹을 정도로 끝없이 연습해야 합니다. 또 옛것은 그대로 최선을 다해 재현하고 연주하되 국악이 늘 새로움과 세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창작활동도 게을리 말아야 해요.”
원래 그의 90회 생일은 양력으로 내년 3월30일. 음력으로 윤달이어서 양력을 쇠게 됐다. 13세때 이왕직 아악부에 들어간 이후 정악 무용등에서 폭넓은 활동을 펼쳐왔으며 종묘제례악과 처용무 두 분야의 무형문화재로서 국민훈장 모란장, 한국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구순 축하공연에서는 분야 구분없이 ‘전방위’예인으로 활동해온 그의 기념무대에 걸맞게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수제천 연주, 심소춤연구회의 궁중무용 ‘춘앵전’, 정농악회의 가곡 ‘태평가’등이 무대에 오른다. 02―580―3130(정농악회)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