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인생, 긴 여운이랄까. 요절작가 이야기(문예중앙)에 눈길이 쏠린다. 죽음이란 언제나 흥미로운 이야기다. 이 글은 ‘가장 단명하는 직업―작가’라는 한 통계조사에서 시작한다.
“1930∼50년대는 엄혹한 시대 때문에 일찍들 세상을 떠났다. 34년 서른둘의 나이에 김소월이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36년엔 서른다섯의 심훈이, 37년엔 스물아홉의 김유정과 스물일곱의 천재 이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유명을 달리했다….
서울 올림픽 폐막식이 진행되던 88년10월2일, 한수산 필화사건에 연루되어 고문을 당한 뒤 그 후유증으로 죽는 날까지 시달린 시인 박정만이 홀로 생을 마감했다. 죽음을 예감하며 보름 동안 접신(接神)의 경지에서 2백80편의 시를 썼는데….
시인 기형도는 89년3월7일 서울 종로2가 부근의 한 극장에서 스물아홉 나이로 급사했다. 그의 시 ‘입속의 검은 잎’에 관해 김현은 한국시에서 그렇게 부정적인 세계관을 보여준 시는 없다고 밝혔다….
시집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 등을 남긴 이연주는 독신으로 살다 92년 자신의 몸을 불살라 이승을 하직했다. 유고시집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를 남긴 진이정은 93년 서른넷의 나이로 폐병과 영양실조로 숨졌지만 자살의 흔적을 짙게 남겼다….
97년 4월22일 새벽에는 민중의 삶 한복판에서 문학의 진정성을 보여준 90년대의 리얼리스트 소설가 김소진이 서른넷의 나이로 떠났다. 정력적인 글쓰기가 그의 몸을 망쳐놓았으리라는게 지인들의 말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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