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석탑은 채색돼 있었다』…동국대 박홍국연구원 주장

  • 입력 1998년 12월 13일 19시 06분


우리 전통 석탑의 표면이 채색되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박물관의 박홍국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논문 ‘한국 석조탑상(石造塔像)의 채색론’(저서 ‘한국의 전탑 연구’에 수록)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경북 경주지역의 석탑을 조사한 뒤, 석탑 표면이 채색이 되어 있었으나 오랜 세월이 흘러 색이 지워졌다고 보고 그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경주 감은사지 3층석탑의 옥개석에 남아있는 회칠. 이 회칠은 고르게 분포된 것으로 보아 돌의 화학변화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칠한 것으로 보인다. 전탑(벽돌탑)에 회칠을 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린 중국 탑의 경우처럼, 이 회칠도 채색을 위한 것이다.

둘째, 경주 서악동 3층석탑의 탑신에 새겨진 인왕상 입술에 붉은 색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셋째, 석탑에는 사천왕상 십이지상 등과 같은 다양한 부조상이 조각되어 있다. 이러한 조각 중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부조상에 채색을 했을 것이고 또한 조각이 없는 석탑은 대신 그림을 그려 넣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석탑의 기단부나 탑신에 작은 구역처럼 만들어놓은 안상(眼象). 이 안상 내부엔 대체로 사천왕상 등과 같은 다양한 상이 조각되어 있다. 그러나 경주 무장사지의 3층석탑이니 칠곡 기성동 3층석탑에는 안상만 있고 그 안에 아무런 조각이 없다. 이것은 조각 대신 그림으로 그려넣었기 때문이 아닐까.

다섯째,탑의 옥개석(지붕돌) 아래면에 물이 흘러들지 않도록 한 돌기도 결과적으론 탑신에 그려진 색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박연구원의 ‘석탑 채색’ 주장은 아직 가능성이다. 구체적인 기록이나 유물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재구 학예연구관은 “전통 석탑에서 채색이 중시되었다면 구체적인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을 리가 없다”면서 “그러한 추정은 가능하지만 객관적인 검증과 물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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