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할수 없나요？］５０대대상 취미교실 운영

《구민체육센터에서 에어로빅을 배우다 그만뒀다. 동작이 너무 빨라 10분만 하고 나면 숨이 가빴기 때문이다. 속도를 늦춰달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옆자리에서 신나게들 뛰고 있는 30,40대 주부들의 눈치가 보여 쉽지 않았다. 복지관이나 문화센터의 취미교실은 수업 진도를 30,40대 주부들 수준에 맞추기 때문에 나같이 동작이 굼뜬 50대들은 따라가지 못해 쩔쩔맨다. 왜 65세 이상을 위한 노인반은 두면서 50대만을 위한 별도의 수업은 없는가. 시에서 운영하는 취미교실만큼은 50대들도 주눅들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줬으면 한다.

김영순(金英順·54·주부·서울 강남구 청담2동 현대아파트)》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노래와 건강디스코를 배우는 주부 김모씨(55·서울 강남구 대치동).

생활에 활력을 얻기 위해 시작한 여가활동인데 오히려 스트레스를 팍팍 받는다고 말한다.

“꼭 공부 못하는 여고생 기분이에요. 학교에선 대학에 갈 학생들 몇 명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잖아요. 나머지 아이들은 제대로 이해를 못해도 군말않고 들러리처럼 앉아 있고요. 여기도 마찬가지예요. 젊은 주부들 취향과 체력에 맞춰 진도를 나가니까 저는 숨이 차고 자꾸 틀리고 그래서 눈치보이고 스트레스 받고….”

구민체육센터에서 수영을 배우는 주부 홍모씨(57·서초구 서초동)도 수업이 즐겁지만은 않다.

“힘이 들어 레인 중간에 잠깐 서있으면 뒤따라오던 젊은 여자들이 마구 물방울을 튀기며 지나가 겁이 날 때도 있어요. 우리같이 더딘 사람들을 위해 레인을 따로 마련해줘도 좋으련만….”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50대. 미뤄둔 취미활동을 의욕적으로 시작하지만 마음놓고 즐기고 배울 곳이 없다. 사설 문화센터나 체육시설은 물론 시나 구에서 운영하는 구민회관 구민체육센터 복지관에도 이들을 위한 공간은 없다.

서울시 이정관(李正寬)노인복지과장의 말대로 “50대는 복지행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실정”이다.

노인복지관은 60세 이상만 받아준다. 85개 종합복지관이 주부 대상으로 취미교실을 운영중이지만 30,40대가 대부분이다. 구민회관이나 구민체육센터도 마찬가지다.

서초구민체육센터의 수영강사 김종관(金鍾寬·28)씨도 “50대를 위한 별도 코스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김경규(金炅圭)사회복지과장은 “점차 늘어나는 50대의 복지 욕구를 감안해 내년 상반기까지 시와 구에서 운영하는 복지관의 기능과 프로그램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