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응모작경향]「IMF」영향 실직문제 主테마

  • 입력 1998년 12월 16일 19시 20분


설렘과 긴장. 99년도 동아일보 신춘문예 응모자 3천9백여명의 지금 심정이 이러할 것이다.

동아일보 신춘문예가 9일 마감되어 현재 엄정한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신춘문예 응모자는 열살짜리 초등학생(동화부문)부터 여든 노인(중편소설)까지 무려 3천9백15명. 지난해 2천7백83명보다 1천1백여명이 늘어났다. 세상이 어려울수록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현실을 넘어서려 한다는 통념을 그대로 입증한 셈이다.

응모자가 가장 많은 장르는 역시 시부문으로 2천30명. 작품 수로 치면 8천편이 훨씬 넘는다. 지난해엔 1천4백60명이었다. 단편소설은 6백27편(지난해 4백92편), 중편소설은 3백33편(2백67편)이었고 동시동요 1백81편, 동화 2백75편, 시조 1백13편, 희곡 97편, 시나리오 1백89편, 문학평론 23편, 영화평론 39편 등. E메일로 접수한 응모자는 7백10명이었다.

올해 응모작의 두드러진 경향은 IMF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는 점. ‘생존’의 문제가 주된 테마로 등장한 것이다. 응모자가 실직자임을 암시하는 작품도 적지 않았다.

이같은 실직자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 종종 폐쇄적인 공간과 함께 나타났다. 골방에서 시간을 때우는 실업자의 모습이 대표적 예다. 골방 안에서 하루 종일 비디오를 보고 술을 마시며 취기에 의존해보지만 끝내는 실직의 공포와 좌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려운 시대 희망없는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탈북자라든지 금강산 관광 등 사회적인 이슈를 소설화한 응모작도 많았다.

반면, ‘아버지는 드디어 죽었다’로 시작되는 한 응모작처럼 ‘살부(殺父)’를 모티브로 한 작품, 주부의 정체성을 다룬 작품 등 예년과 비슷한 경향의 작품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여성들이 취업에 신경을 쓴 탓인지 최근 몇년간 강세를 보이던 30,40대 여성 응모자가 크게 줄어든 것도 이번 신춘문예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밖에 PC통신 세대의 성장으로, 통신의 대화법을 문장에 도입한 작품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단편 중편소설 응모작 중 형식적 완결미를 갖춘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장르의 특성상 서사적 구조(이야기의 뼈대)가 중요한 중편소설의 경우, 취약한 ‘골조’로 인해 너무 쉽게 일기체의 독백에 빠져 소설을 이끌어가는 힘이 부족했다고 예심심사위원들은 지적했다.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시나리오 영화평론 응모작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시나리오는 지난해 1백28편에서 올해 1백89편으로, 영화평론은 지난해 24편에서 올해 39편으로 크게 늘었다.

희곡의 신장세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40편이었던 것이 올해는 97편. 그동안 우리 연극계가 창작 희곡의 기근에 시달려 왔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번 신춘문예는 이달 중으로 심사를 마치고 동아일보 99년1월1일자에 당선자를 발표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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