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 『울고싶어요』…체벌갈등 제자등에 봉변 일쑤

  • 입력 1998년 12월 17일 07시 05분


“누가 건드리기만해도 울판인데…. 큰 길에서 뺨을 맞은 기분입니다. 교사가 된 것을 이렇게 후회해 본 적이 없습니다.”

교원정년단축 등으로 교사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학생체벌을 둘러싼 교권 실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해 학교 교육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

14일 서울 송파구 Y여고에서 학생들의 신고로 수업중에 교사가 경찰에 연행된 사건은 교사의 권위 실추가 위험수위에 달했음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체벌을 둘러싼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교사가 제자에게 봉변을 당하는 일까지 자주 발생, 교권마저 위협당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청와대와 교육부에는 체벌과 관련한 학생과 교사의 민원이 하루에 3,4건씩 접수될 정도다.

올 6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담임교사를 바꿔달라며 급우들의 서명을 받아 교장에게 제출한 일도 있었다. 11월에는 인천의 여중생들이 수업시간에 꾸짖는 여교사를 폭행한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수업중 말을 안듣는 학생을 처벌하려 하자 ‘돈 많이 벌어놓았으면 마음대로 하세요’라며 대들어 깜짝 놀랐다”면서 “여교사의 경우 문제학생 선도는 엄두도 못낼 정도”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이같은 교권 실추가 촌지반납창구 개설, 교원정년단축 등 정부의 근시안적인 교육개혁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J중학교 교감은 “요즘 학교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경시하고 멸시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올해 한국교총에는 학부모의 폭행 명예훼손과 같은 교권침해 사례가 97년에 비해두배이상신고됐다.

이중 학생 학부모에 의한 폭행피해, 교사의 체벌에 대해 전후사정도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관련기관에 고소 또는 제보해 교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명예 훼손 사건은 97년에 비해 5배나 급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태에 대해 교사들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것은 현직 교사가 연루된 고액과외사건과 잇따른 촌지사건으로 인해 제기된 사회적 물의 때문이다. 일부 교사의 비행이 교단 전체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참교육학부모회 오성숙(吳星淑)회장은 “체벌 없이도 학생들을 선도할 수 있다는 교사들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면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간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