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동 사람들 ▼
코스모스프라자∼명동성당의 명동길(3백m)과 명동길∼충무로2가(2백m) 사이가 명동거리의 핵. 패션매장만 5백여개,구두업체 1백20여개, 수백개의 액세서리점과 화장품할인점이 빽빽이 들어찬 ‘패션의 거리’다.
낡은 빌딩들의 칙칙한 외양과 새단장한 유럽풍 외양이 뒤섞인 곳. 평일 오후5시∼저녁9시, 주말 낮12시∼밤9시 거리를 메우는 10대후반∼20대중반 여성의 숨결로 명동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어느 거리보다 ‘성비(性比)불균형’이 심한 명동. 거리 남녀 비율은 8대2 정도로 압도적 여성우세. 80년대까지 ‘연인들의 거리’였지만 지금은 팔짱낀 남녀는 극소수. 대학생 이정민씨(21·D여대 3년)는 “남자친구와 오면 쇼핑에 방해가 된다. 같은 또래의 친구나 언니, 동생과 골목을 뒤지며 눈요기하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평일 낮에는 롯데 미도파 신세계같은 대형백화점을 거쳐 발을 옮겨온 30,40대 주부가 주력군. IMF시대에는 일본과 동남아에서 몰려든 쇼핑족이 안내서를 들고 쇼핑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차없는 거리’ 명동은 토 일요일 뿐 아니라 평일에도 큰길을 제외하고 차량통행이 제한된다. 주차난으로 차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상류층 고객’을 잃으면서 얻은 것은 누구나 평등하게 ‘뚜벅이’가 돼야한다는 ‘쇼핑 평등주의’.
▼ 패션문화 ▼
‘패션의 중심지’였던 명동. 90년대 들어 외제브랜드나 고가패션매장이 서울 강남으로 빠져나가면서 ‘중저가’ ‘캐주얼’ ‘10대·20대’의 패션거리로 재편됐다. 명동상가번영회의 김재훈부장은 “IMF시대에 들어 중저가화,저연령화가 빨라졌지만 아직도 패션업체나 제화업체는 명동에 본사나 매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비중이 달라진다”고 설명.
많은 패션업체들은 ‘안테나숍’(새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파악하기 위한 매장)을 명동에 두고 있다. 최근에는 유투존과 브이익스체인지 등 패션전문점 외에 한 건물에 다양한 패션브랜드 액세서리점 화장품점 등이 집결된 ‘패션 멀티숍’도 늘어나는 추세.
명동을 자주 찾는다는 김자경씨(29·삼성물산 유통부문 대리). “‘명동패션’은 ‘강남패션’과는 확연히 다르다. 얼핏 덜 세련된 듯하만 복고적이면서 실용적이고 격식을 갖춘 스타일이다. 이만큼 싼 가격에 여성의 ‘아이쇼핑 욕구’를 충족시키는 곳은 없다”고 예찬.
상당수의 남성도 1년에 한두번은 명동을 찾는다. 대부분의 대형 구두업체의 본점이 있어 다양한 제품을 고르기 위해 한번쯤 찾기 마련. 한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진으로 선발된 미녀의 “△△미용실의 언니 고마워요”라는 코멘트에서 이름을 들어본 수많은 미용실들. 최근에는 10대를 겨냥한 스티커사진점도 속속 들어차고 있다.
70년대에 땅값이 뛰고 재개발이 이뤄지면서 예술가들이 즐겨 찾던 술집 다방 음악감상실은 사라졌다. 76년 국립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사실상 명동의 ‘전통적문화’는 침체기에 들어섰고 새로운 문화현상이 뿌리내리게 됐다. 옛문화공간으로는 현재는 중앙시네마(구 중앙극장)와 코리아극장, 연극전용관인 창고극장 정도가 남아 있다.
▼ 먹을거리 ▼
명동에서 찾기 힘든 몇가지. 록카페와 룸살롱, 그리고 나이트클럽. 골목골목 갈비집이나 대포집이 숨어있지만 ‘술과 향락’을 찾아 명동을 찾는 이는 거의 없다. 근사한 카페보다 지친 다리를 쉬게하기 위한 깔끔한 커피전문점이 많은 곳. ‘점심시간에는 커피 1천5백원’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대부분 업소에서 커피 1천5백∼3천5백원, 식사 3천5백∼5천원에 해결가능.
회사원 배지인씨(25·웨스틴조선호텔 직원)는 “명동을 찾은 여성은 배불리 먹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어느 골목이건 떡볶이 오뎅 꼬치 등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집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한다.
맥도널드 버거킹 KFC 파파이스 등 곳곳에 자리잡은 패스트푸드점은 언제나 발 디딜틈 없다. 명동칼국수 충무김밥 돈까스 등 명동에서 ‘발원’한 음식을 파는 맛깔스런 음식점도 다수.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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