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은 궤도를 벗어났으며, 이같은 상태가 계속되면 정상적인 회복은 불가능하다. 최근의 국제 금융시장은 평형(平衡)을 향해 진동추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럭비공처럼 튀면서 많은 나라들을 때리고 있다….
세계 자본시장의 흐름이 주변에서 중심으로 역류(逆流)하고 있다. 자본의 이탈은 이미 브라질까지 확산되었다. 그리고 브라질이 무너지면 아르헨티나가 위험해질 것이다. 전세계 경제성장의 전망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세계 금융계의 살아있는 전설, 조지 소로스.
그의 책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김영사)가 출간됐다. 소로스 자신이 ‘세계 경제를 위한 긴급제안’이라고 명명한 이 책은 그의 명성을 반영하듯, 미국에서 이달초 출간되자마자 23개국에서 동시에 번역됐다.
소로스, 그가 누군가.
92년 유럽언론에 등장해 파운드화(貨)의 폭락을 예측하고,이를 현실로 만들어 버렸던 장본인. 96년 “일본의 주가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단 10분만에 니케이 주가지수를 279.65포인트 상승시켰던 국제 금융계의 거물.
역사상 가장 실적이 좋은 ‘퀀텀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79년 ‘열린 사회 기금’이라는 재단을 통해 소비에트 체제 붕괴에 깊숙이 관여한 국제 정치의 배후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자본주의의 핵심인 금융자본을 중심으로 현재 세계 경제가 처한 위기상황을 날카롭게 짚어나간다. 경제적인 분석에서 나아가 세계경제와 정치와의 관계, 그리고 자본의 중심에 있는 나라와 주변에 있는 나라의 불평등한 관계를 언급한다.
‘아시아의 위기가 시작된지도 1년이 넘었다.아직까지는 중심의 국가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값싼 제품의 수입으로 득을 보았다.이런상황은 그들의 자만심을 부추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아주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다. 세계 자본주의가 중심의 국가들만 살찌우고 주변의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으며, 이는 전세계적인 불황을 예고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분명한 현실 속에서 가능한 미래의 대안을 제시하는 소로스.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우리의 노력 역시 세계 경제라는 전체 구도 속에서 검증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기우 기자〉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