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

  • 입력 1998년 12월 22일 19시 40분


“군부독재랑 싸웠다고 으시대는 것들이 왜 맨날 후배들한테는 군기잡고 독재냐구!”

젊은 작가 김명화(32)의 작품을 중견연출가 오태석(58)이 만든 연극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는 80년대 대학연극반 출신 선배와 90년대 연극반 후배사이, 그 바리케이드만큼 높은 벽을 그린다.그러나 ‘최루탄 세대’와 ‘록카페 세대’의 이같은 부딪힘은 표면적 갈등에 지나지 않는다. 90년대말 오늘의 한국인이 겪는 세기말의 혼돈이 끓는 기름처럼 부글거린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질곡 뒤의 대안을 제시한다.이 연극이 9월 초연이후 연장에 연장을 거듭, 내년 1월말까지 공연계획을 잡을 만큼 대학생부터 30대 관객까지 모아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태석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북아일랜드나, 80년대나 90년대나 아니 2000년대가 배경이더라도 어느곳, 어느 시대에서나 젊음이란 다치게 마련”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그 세대’만, ‘그 시대’여서 다친 것이 아니라 젊음이란게 원래 상처입을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이같은 인식을 함께 할 때 세대간의 화해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60을 바라보는 오태석이 이를 보여주기 위해 젊은 감각, 오늘의 세태, 이곳의 역사해석에 정면으로 마주한 것은 참으로 놀랄만 하다. 소극장무대를 삼겹으로 배치, 첨단 테크놀러지를 활용한 뮤지컬무대 못지않게 순식간에 무대전환을 하는가 하면 목화 레퍼토리 배우들은 SF영화 뺨칠만큼 눈깜짝할 사이에 다른 인물로, 다른 차림으로 변신한다. 오태석은 “아직 철이 덜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불황이라는 이유로 적지않은 연극인들이 현실에 눈가리고 돈되는 연극에 몰두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연극 제목처럼 새들은, 젊음은 횡단보도로만 건너지 않는다. 바리케이드도 넘을 수 있고 그보다 높은 산도 좌우의 날개로 난다. “80년대 학번에 대해서는 환상과 두려움이 있었다”던 한 대학생은 공연을 보고 난 뒤 “이제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99년 1월31일까지 화∼금 오후7시반 토 오후4시반 7시반 일 공휴일 오후3시 6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성좌소극장 02―745―3966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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