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어둠속에서 시작된 경찰의 해산 작전은 7시간여가 지난 오전 10시반경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부서지고 그을은 총무원 청사의 일그러진 모습은 한국 불교의 ‘상처’로 남았다.
○…오전 4시 조계사 주위로 경찰 버스 1백여대가 집결하고 50개 중대 6천여명의 경찰이 조계사 주위를 완전 차단하자 조계사 안팎은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정화개혁회의측 승려들은 22일 밤 진압작전을 미리 알기나 한듯 총무원 입구에 대형 버스 두대를 주차시킨 뒤 펑크를 내 바리케이드처럼 세워놓고 경찰 진입을 막았다. 그리고 새벽이 되자 진입경찰을 향해 음료수병과 각종 기물을 내던지며 저항했다.
○…경찰은 대형 견인차와 불도저 포클레인 물대포 등 각종 장비를 동원해 입체적인 진압작전을 전개했다. 물대포가 발사되는 가운데 펑크난 버스를 견인차로 끌어낸 경찰은 곧이어 불도저로 청사앞에 쌓인 각목과 합판, 건축자재 등을 제거.
경찰이 진입하자 승려들은 총무원 2층 입구에 불을 질러 한때 시커먼 연기가 총무원 건물을 뒤덮는 등 대형 참사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전개. 경찰은 소방차와 물대포를 동원해 불을 끄면서 1층과 옥상 양측으로 경찰을 투입해 30여분만에 승려들을 제압했다.
○…오전 10시경 고가사다리차를 타고 청사안으로 진입하던 경찰특공대원 5명이 난간에 허술하게 걸쳐진 사다리가 한쪽으로 기우는 바람에 4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
이들은 현대중기 노조원들이 미리 세워 놓았던 천막 위로 떨어져 목숨은 건졌으나 황상억 경장(27)이 앞니 5개가 부러지고 전병주 순경(27)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3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떨어지는 순간 3층 난간에 걸려 청사 안으로 떨어진 대원을 포함해 2명은 부상을 피했다.
○…경찰당국은 오전 4시경 언론사에 경찰 투입을 알렸으며 국내 취재진과 로이터, 일본 아사히TV 등 1백여명의 기자가 몰려 뜨거운 취재 경쟁. 종로경찰서 김영화(金榮和)서장은 “종단내에서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경찰 동원을 최대한 자제해왔으나 법원의 요청에 따라 경찰을 투입했다”며 “법원의 강제집행 절차를 도운 것일 뿐 독자적인 진압 작전은 아니었다”고 설명.
〈이 훈·권재현·선대인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