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우의형·禹義亨부장판사)는 24일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박모씨의 친정 식구들이 박씨의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박씨의 남편은 박씨에게 위자료 3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금치산자가 이혼소송을 낼 수 있다는 법률상 규정은 없지만 금치산자도 법의 테두리에서 보호할 필요가 있는 만큼 법정대리인이 대신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며 “박씨남편이 가출해 다른 여자와 동거하는 등 전후사정을 고려할 때 이혼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 이혼판결에 따라 남편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1심 재판부는 의식불명인 금치산자의 후견인이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고 금치산자가 장래 의식을 회복했을 때 이혼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소송을 각하했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