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을 침해당한 극작가가 법원에서 9천8백원의 배상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불법복제로 피해를 본 벤처기업들은 고소를 하거나 소송을 할 엄두를 못낸다. 어느 변호사는 “남의 저작물을 베껴 저작권을 침해하다 들켜도 손해배상액이 얼마 안되니까 마음대로 베끼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작사가 김모씨는 최근 음반제작업체인 K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수원지법에 냈다.
“K사가 사전 허락도 받지 않고 내가 만든 노래를 담은 불법음반을 만들었다. 명백한 저작권 침해다. 피해액 1천1백70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
K사 관계자는 급히 저작권 전문 변호사 G씨를 찾아가 상의했다. “불법음반을 안 만들면 장사를 할 수 없고 1천만원이 넘는 손해배상금을 물어주자니 부담스럽고…. 어떡하면 좋습니까.”
G변호사는 손해배상액을 계산해 보더니 “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현행 저작권법의 규정과 판례에 따르면 K사가 작사가 김씨에 배상해야 할 돈은 10만원이 채 안된다. 따라서 계속 저작권을 침해해도 무방하다”는 것.
우리나라는 87년 세계저작권협약에, 96년 최고 권위의 저작권협약인 베른협약에 가입했다. 올해 들어 문화관광부 산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저작권 침해 등과 관련한 상담건수는 약 월 2백건. 95년의 월평균 50건에 비하면 4배가 늘었다.
그러나저작권침해에대한보호와구제는여전히소홀하다.
저작권법은 저작권 침해자가 얻은 이익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입증이 어려울 때는 로열티(소유권 사용료나 인세)정도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하는 것이 관례.
따라서 저작권 침해사범은 자신의 불법행위를 부인하고 사후에 소액의 로열티만 지불하면 된다.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그래서 ‘저작권 침해사건은 소송비만 건져도 성공’이란 말이 나돈다. 이같은 현실 때문에 저작권 침해로 파산지경에 이른 회사가 단돈 몇백만원에 합의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법원관계자는 귀띔했다.
‘한글과 컴퓨터’ 마케팅실 김정수(金廷修)과장은 “정부의 단속의지와 함께 법적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한국의 빌게이츠’는 태어날 수도, 살아남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강용석(康容碩)변호사는 “‘글로벌 스탠더드’시대에 맞게 선진국처럼 포괄적 위자료나 ‘징벌적’ 배상 등을 통해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