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의 성가로 가득했던 25일 크리스마스 밤. 의정부에 사는 중학생 K군은 동아일보 사회부로 전화를 걸어 그의 위급한 처지를 호소했다.
“학교 선배들이 27일 오후 1시반까지 K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모이래요. 저를 포함한 친구들 10여명이 선배들한테 맞게 될 것 같아요. 기자 아저씨가 오셔서 저희들을 구해주세요.”
K군의 목소리는 공포에 휩싸여 떨리고 있었다.
K군에 따르면 22일 의정부 일대 폭력서클 ‘안전지대’에 가입해있던 A군(19)이 전화를 걸어 “27일, 너는 죽을 각오를 해라. 만일 나오지 않으면 소리없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는 것.
K군이 이들로부터 처음 폭행을 당하게 된 것은 19일. 친구들과 함게 의정부시내에 나왔던 K군은 H군(19·K공고 3년) 등 선배10여명으로부터 단지 쳐다봤다는 이유로 골목으로 끌려가 심하게 구타를 당했다.
K군은 이렇게 선배들에게 맞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고 생각해 남들이 모두가 잠들어 있던 크리스마스 밤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자살하려 했지만 친구들의 만류로 울면서 내려와야 했다.
“집근처 교회를 찾아갔어요. 그곳에 온 모든 사람들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는데 저만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또다시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K군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중에도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K군은 “경찰에 신고할 경우 너의 집에 불을 질러 너뿐만 아니라 너의 가족까지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협박때문에 신고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27일 오후2시 경기 의정부시 K초등학교 운동장에 폭력서클에 가입한 것으로 보이는 학생 10여명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의 손에는 야구방망이 등이 들려있었다. 본사 취재진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날 K초등학교 앞에서 이들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은 “조사결과 이들이 의정부 K공고 C실고 등에 재학중이거나 자퇴를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94년부터 안전지대라는 폭력서클을 조직해 후배들을 상대로 폭행을 일삼고 금품을 빼앗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