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7시. 30여명의 초중학생과 부모를 태운 고산자답사회의 관광버스는 서울을 출발했다. 오늘 목적지는 충남 서산군 부석면 부남호. 서해안고속도로로 3시간 가량 달려 도착했다.
넓디 넓은 은빛 물결. 그 위에 무수한 점이 된 새 또 새.
호수 주변을 달리는 버스 진동에 날아 오르는 청둥오리며 흰뺨검둥오리의 무리들. 마치 비단을 펼쳐지듯한 환상적인 비상의 군무(群舞)가 파란 하늘에서 펼쳐진다.
호수쪽 창가로 몰린 아이들은 난생 처음 보는 장관에 어쩔줄을 모른다. “저기 좀 봐,저기.”
“야 멋지다.”
퍼뜩 순백의 백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 우아한 기품에 아이들의 수선거림도 잦아들었다. 쌍안경을 통해 백로를 쫓다보니 버스는 어느새 천수만을 가로지르는 방조제를 통해 부남호와 연결된 간월호에 접어들었다.
가이더 이홍환(李洪煥·57)도 바빠졌다. 여기 저기 놓칠수 없는 새들의 모습을 가리켰다. 아이들은 쌍안경을 대고 철새를 찾느라, 이름과 습성 등을 받아 적느라 분주하다. 아이들 옆에서 조류도감을 뒤적이며 새를 찾아주는 부모들 모습이 보기에도 좋았다.
천수만에서는 모두 버스에서 내렸다. 호숫가에 설치한 대형 망원경 2대로 5백여m 떨어진 호수 중간에서 떼지어 둥둥 떠다니는 새를 관찰하는 어린이들. 새 부리모양까지 똑똑히 보인다.
“엄마 새들이 졸고 있어요. 새들은 낮에 잠을 자나봐요.”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는 아이들. 뒷줄 어린이가 밀쳐내야 마지못해 망원경 앞을 떠난다.
갑자기 가이드의 외침이 들렸다.
“여러분 저쪽 호수옆 농지에 모여 있는 큰 새 보이지요. 황새에요. 흔치 않은 기회니 잘 살펴보세요.”
사진으로만 보았던 천연기념물 199호 황새를 직접 보는 뿌듯함. 교실밖 현장 교육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살아났다.
오후 4시경 망원경을 접고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아이들 손마다 쥐어진 공책엔 ‘살아있는’ 현장학습의 증거들이 빼곡하다. 이제 아이들은 오늘 본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필름 돌리듯 몇번이고 되돌리며 어린시절 귀한 기억으로 잘 간직하리라.
이날 고교 1년, 초등학교 6년생 두 딸과 부인 등 온가족을 데리고 온 이병구(李炳九·44·서울 송파구 오금동)씨.
“이렇게 좋은 여가보내기가 있는지 몰랐다는게 안타깝습니다. 가족 모두가 만족했어요. 아이들에게 생생한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군요.”
〈충남 서산〓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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