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의 경우, 유려한 필치와 선명한 논리, 그리고 20세기를 총체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태도가 놀랍고 흥미로웠다. 그러나 주창한 내용의 근거가 약하고 미국의 한 사회학자의 글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편 양지영은 부르디외의 ‘장의 개념’을 도입한 것은 좋았으나 제3세대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과 사회학적 논리를 하나로 녹이는 작업은 역부족으로 다가왔다. 김은경도 대중음악의 저항성이라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지만, 가벼운 저항과 문화산업 사이의 관련성 탐구가 부재하고 대중가요의 저항을 너무 상식적인 차원에서 단순화한 것이 흠이었다.
결국 올해의 당선작은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현재 한국 클래식 연주계의 문제를 무리없이 전개시킨 김동준에게 가게 되었다. 김동준의 글은 논리가 정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글은 자신이 경험한 문제를 진솔하고 소박한 언어로 그려냈다. 이런 점은 강하고 비판의 수위가 높아야 평론이 된다는 통념에 반성의 자극을 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