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향기]주창윤 「낙산에서」

  • 입력 1999년 1월 5일 18시 53분


밀물 시간이다.

물결은 횟집 의자를 적시고

소주는 낙산을 적시고 있었다.

나무탁자 위에 놓인 숭어회

고통은 얇게 썰릴수록 아름다운 것일까.

노을빛 나는 숭어의 속살

내 몸 속으로 들어간 숭어떼는

어느새 내 몸 밖으로 빠져나와

술 취한 나를 이끌고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접혔던 물길이 열리어

그 사이를 나도 걸어간다.

지금은 밀물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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