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 가족은 작년초 IMF 경제난이 본격화하면서 ‘가족경제성장 3개년 계획’을 세웠다.
3개년 계획의 최우선 목표는 대출금 완전 상환. 수입은 줄어든 반면 대출금 이자가 높아지면서 금융비용 부담이 커졌다.
계획 첫해인 작년에는 은행빚 2천5백만원 중 1천만원을 갚았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세 아이의 학원과외를 중지해 생활비를 1백만원 아래로 줄였지만 시어머니가 병환을 앓다 돌아가시는 바람에 5백만원을 추가로 지출했다.
올해도 작년처럼 절약한다면 빚 1천5백만원을 갚고 이자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남편 월급을 포함해 연간 수입 4천만원 중 △생활비 1천2백만원 △금융비용 7백20만원 △적금 6백만원 등 지출 2천5백20만원을 제하면 1천4백80만원이 남는다.
물론 언제 돌발적인 추가 지출이 생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2, 3년전에는 아이들이 아파 병원비로 목돈이 들어갔다. 그래서 올해에는 가족 건강관리에 여느 해보다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직업이 간호사여서 가족의 건강을 직접 챙길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이다.
예비비를 확보하기 위해 남편 교통비에 손을 댔다. 직장이 서울인 남편은 업무상 밤 늦게 택시를 타고 올 때가 많아 월 20만원 이상을 교통비로 쓰고 있다. 남편도 가급적 지하철을 이용, 교통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흔쾌히 약속했다. 이렇게 해서 연간 1백만원 가량의 예비비가 생겼다.
올해 빚을 다 갚으면 장씨 가족은 2000년에는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갈 계획이다.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다섯 식구가 살기에는 26평 아파트가 다소 좁은 편이다. 97년말 적금을 붓기 시작해 내년말 2천만원 목돈이 생기고 내년 여유자금 1천5백만원, 남편 회사주식 6백만원어치 등을 합치면 38평 정도로는 이사를 갈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8년동안 주행거리 15만㎞를 달린 소형승용차를 바꾸고 아이들을 다시 학원에 보낼 생각이다.
장씨는 올 한해 가족 모두가 불편하고 군색한 생활을 견뎌야 하겠지만 ‘가족경제성장 3개년 계획’이 마무리되면 조금 숨을 돌리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