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포커스]할리우드, 천사들 영화소재 각광

  • 입력 1999년 1월 5일 19시 11분


천사도 사람사는 세상이 좋은걸까. 머리위에 동그랗게 빛나는 후광과 하얀 옷, 하프를 집어던지고 사람을 닮지 못해 안달할 만큼….

지난해 여름 ‘시티 오브 엔젤’, 지난해말 ‘조 블랙의 사랑’에 이어 23일 개봉될 ‘마이클’까지, 요즘 봇물이 터진 할리우드의 ‘천사표’영화들은 가까이 갈 수 없는 순수의 표상이었던 천사의 이미지를 우리곁의 사람으로 끌어내린다.

뱃살이 만만치 않고(‘마이클’의 존 트라볼타) 심지어 치한같은 느낌을 주는(‘시티 오브 엔젤’의 니콜라스 케이지) 이들 천사는 인간의 음식을 무지무지 좋아한다. ‘마이클’의 천사는 설탕을 엄청나게 먹고 ‘조 블랙의 사랑’의 천사(브래드 피트)는 땅콩버터 맛에, ‘시티 오브 엔젤’의 천사는 배 맛에 푹 빠진다. 건강에 나쁠까봐 안먹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이 인간세상에서 가장 감격하는 것은 사랑이다. 눈에 띄는 여자마다 홀리는 재주를 지닌 ‘마이클’의 천사는 세상사에 지친 두 남녀를 맺어주고 ‘조 블랙의 사랑’의 천사는 여자와의 첫경험에 황홀해 한다. ‘시티 오브 엔젤’의 천사는 사랑때문에 천상을 포기했다. 그래서 시인 정호승은 ‘하느님도 쓸쓸하시다…/사랑하고 싶은 인간이 없어/하느님도 쓸쓸한 저녁 무렵/삶은 때때로 키스처럼 반짝인다’고 했던가.

천사들도 살고 싶어하는 세상, 정작 그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얼마나 기쁘게, 소중하게 삶을 누리고 있는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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