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향기]이동순 「얼음」

  • 입력 1999년 1월 11일 19시 31분


봄의 공세에

산골짜기의 얼음은

일제히 산정으로 떠밀려 올라간다

산정에 밤이 오면

얼음은 달빛 속에서 수정같은 이를 드러내고

차디차게 웃는다

우거진 산죽의 뿌리를 껴안고

몸을 떤다

올 테면 와라 봄이여

너희들이 샅샅이 뒤져 나를 찾을 때

내 투명한 유리구두는

이미 어디론가 떠나가고

없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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