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심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대부분 학부모의 공통 고민은 자녀의 공부. 다음은 한국심리교육연구소 이세용(53)소장이 분석한 공부하지 않는 정상아의 유형과 대책.
▽공부가 지겨워요〓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부모에게 문제가 있다. 특히 김씨의 아들처럼 어릴 때는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다가 갑자기 공부하지 않게 된 아이의 뒤에는 대개 ‘자녀학습중독증’ 부모가 있다. 한창 뛰놀아야 할 나이에 부모의 과도한 욕심으로 학습지 과외 등에 찌들린 아이들에게 공부는 지겨운 것. 이때 부모는 억지로 공부시키는 존재란 인식을 아이로부터 지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가 스스로 환자라고 인정하고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처 받았어요〓성장기 아이들은 예민하다. 부부싸움을 자주 목격하거나 가정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고 공부를 싫어하게 된다. 부모의 ‘개과천선’이 최선책. 불가능할 경우 아이에게 불행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부모로 인해 하나뿐인 너의 인생을 망칠 수 있느냐’고 설득하거나 비슷한 환경을 극복한 사례를 들려주는 것도 한 방법.
▽과보호는 싫어요〓옷입기 밥먹기부터 준비물 숙제까지 모든 것을 부모가 챙겨주는 것도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 공부는 뇌 뿐만 아니라 손감각 등 모든 감각이 동원되는 일종의 ‘운동’. 아이의 영역을 하루빨리 아이에게 돌려주는 것이 해결책. 물론 관심과 사랑은 계속 표시해야 한다.
▽동기부여가 안돼요〓정신적으로 먹는 즐거움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현상. 특히 물질적 풍요는 누리면서도 정서적으로 빈곤한 애들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눈높이에 맞는 자극이 특효약.낮은 학습목표부터 달성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도 부수입. 목표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 책임감도 함께 길러준다.
▽책읽기가 재미없어요〓어려서부터 독서의 생활화가 안된 아이들은 학습력이 떨어진다. 책에 재미를 붙이도록 부모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아이 옆에서 책을 연기하듯이 읽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