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인감」국새 36년만에 바뀐다…내달초부터 새도장

  • 입력 1999년 1월 12일 14시 58분


2월초면 대한민국의 도장, 국새(國璽)가 바뀐다. 한글로 ‘대한민국’이란 글씨를 새기고 윗부분 손잡이엔 봉황을 장식한 새로운 대한민국 국새. 지난 63년 지금의 국새를 만든지 36년만이다.

행정자치부는 역사학자 조각가 금속학자 등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지난해말 새 국새를 봉황 모양으로 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제작 중이다. 이번 작업에 있어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국새 손잡이 부분을 무엇으로 장식할 것인지의 문제였다.현재 사용 중인 국새는 거북 모양.

그동안 거론됐던 것은 용 호랑이 봉황 태극기 무궁화 등. 한때 용이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으나 “사탄을 상징하는 용을 국새에 사용해선 안된다”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용을 우리 전통문화의 한 상징으로 이해하지 않고 기독교 교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편협하고 반문화적 시각이라는 지적이었다.

이같은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봉황으로 결정됐다. 봉황은 대통령 휘장에도 사용되고 있어 그 신성함이 돋보인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국새는 글씨가 새겨진 밑부분의 가로 세로가 각 7㎝이고 높이는 약 10㎝. 크기는 지금의 국새와 별 차이가 없지만 재질은 다르다. 지금의 것은 순은제이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국새는 순금에 합금처리를 했다. 국왕의 옥새를 순금으로 만들었던 조선시대의 전통을 따르면서 동시에 강도를 높여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금처리를 한 것이다. 제작비는 4천만원 정도.

대한민국의 국새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건국 다음해인 49년. ‘대한민국지새(大韓民國之璽)’를 한자로 새겨 만들었다. 63년 이 국새가 분실되면서 ‘대한민국’이란 글씨를 한글로 새겨 넣은 국새를 다시 만들어 지금까지 사용해오고 있다.

국새를 새로 만들자는 의견이 제기된 것은 지난해 신정부 출범 이후. 각종 훈포장, 외교사절 신임장 등 국가 공식 문서에 매년 1만6천여회씩 36년째 사용하다보니 국새가 많이 마모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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