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알면 「불황탈출」이 보인다

  • 입력 1999년 1월 12일 18시 45분


‘반코트를 사는 사람은 반드시 롱코트를 산다.’

‘이동통신의 최대고객은 스키를 타는 사람들.’

기업들이 불황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하는 매스마케팅에서 벗어나 고객의 성향을 일일이 분석해 그에 맞춰 공략하는 ‘원 투 원 마케팅’으로 전환하고 있다.

소득수준 취미 등이 소비패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상세히 조사해 구매 가능성이 높은 잠재고객만 타깃으로 삼아 마케팅효율을 높이자는 것.

‘저성장시대에는 로열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절박감이 배어 있다.

▽고객정보를 돈 주고 산다〓롯데백화점은 작년 1년여 동안 광범위한 고객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 롯데백화점 카드를 지닌 회원을 중심으로 △개인신상명세 △취미 △가족사항 △수입 △각종 제품 소유 여부 등을 기록해뒀다. 자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정보를 자세히 기록하는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마일리지포인트나 가격할인을 해줬다. 롯데 입장에서는 돈을 주고 고객정보를 산 셈. 이렇게 확보한 자료에는 무려 2백여만명의 고객정보가 담겼다.

롯데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의 장바구니를 훤히 들여다 볼수 있게 됐다. 이 자료에서 나온 몇가지 결론.

‘부인과 나이차가 10년 이상 나는 사람은 보석을 많이 산다.’

‘에어컨과 신사복을 동시에 사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 수준이었던 DM회수율이 최근 14% 수준까지 올라간 것은 바로 이 자료 덕분이다. 무작위로 DM을 보낸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살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만 가려서 보냈기 때문이다.

▽로열 고객이 있는 곳으로 간다〓이동통신 업체들은 올 겨울 일제히 스키장에 마케팅 둥지를 틀었다. 이동통신 최대의 고객이 스키장에 몰리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고객들의 월평균 통화요금은 3만원대. 그러나 취미가 스키인 고객들은 월평균 5만원대의 요금이 나온다. 스키 타는 사람의 70%는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SK텔레콤과 한국통신프리텔은 스키장에서 판촉활동뿐만 아니라 각종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은 프리미엄 유통으로〓삼성전자는 IMF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한 소비양극화 현상속에서 유통채널을 다중화했다.

△초대형냉장고 지펠 △프로젝션 TV 파브 △완전 평면TV 등의 고급제품은 별도의 프리미엄 유통전략을 펼친다.

우선 이들 제품은 삼성전자를 내세우지 않고 제품브랜드만 광고하는 ‘아웃 브랜드 전략’을 구사한다. 또 절대 값을 깎아주지 않는다. 제품이 싸구려로 인식되면 소유에 따른 만족과 가치를 중시하는 고급소비자들의 비위를 거스를 수 있기 때문.

이같은 전략으로 삼성은 지펠냉장고의 시장점유율을 80% 가까이 끌어올렸으며 판매량도 월 4천5백대로 IMF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파브도 월 2천5백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을 크게 확대했다. LG전자는 최근 판촉용 홍보물을 보내기 위해 부유층 고객만 집중 분석했다. 프로젝션 TV나 대형냉장고 디지털 TV 등에 대한 소유욕구가 높은 50평 이상 아파트 소유자를 집중공략하기 위해서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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