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주역의 비중이 기대보다는 적은 작품이지만,쿠라는 때로 느끼할 만큼 감미롭게 속삭이면서 때로는 무대를 압도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후련하게 막힌 속을 풀어낸다.
지휘자인 데이비스는 앞서 필립스사에서 카레라스와 발차가 출연하는 ‘삼손…’을 내놓은 일도 있지만, 그의 리드는 고식적인 편이어서 중동을 무대로 한 도발적이면서 후끈한 분위기에 그다지 맞지 않는다. 델릴라역의 올가 보로디나는 우리가 이 역(役)에서 흔히 기대하는 ‘끈적함’과 거리가 있지만 잘 계산된 노래를 들려주며 기대 이상 감미롭다. 에라토(워너). 02―557―1525 ★★★★☆
□오늘날 콩쿠르 이름때문에 주로 기억되는 미국 피아니스트 윌리엄 카펠. 54년 비행기 충돌사고로 요절(32세)했다. 그가 남긴 연주의 유산이 CD9매의 전집으로 발매됐다.
표면잡음이 들리는 LP복원판 등 음질은 천양지차(天壤之差). 그러나 세월의 두께를 뚫고 들리는 그의 터치는 정밀하고 표정은 힘에 넘치며 놀랄 만큼 현대적이다. 그런 그가 리파티등 오래 사랑받은 요절대가(夭折大家)들과 달리 왜 음반시장에서 거의 잊혀져왔을까. 수수께끼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쇼팽 소나타 2·3번, 쇼팽 마주르카집 등 수록. RCA(BMG). 02―3420―0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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