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연극상/심사평]열악한 환경 딛고 선「몸짓언어」

  • 입력 1999년 1월 15일 19시 50분


대상(大賞) 수준의 무대 성취는없었다는 게 일치된 견해였다. 그 대신 ‘김치국씨 환장하다(극단 연우무대)’와 ‘의형제(극단학전)’에 작품상이 주어졌다.

가난한 월남 노인의 통일 열망이 그의 꿈속에서 심하게 굴절되면서 이상발달(異常發達)하는 형상을 통해 ‘억압’으로서의 분단 상황을 풍자한 ‘김치국씨…’는 분명 역작이다. 진중한 주제를 시종 경쾌한 연극놀이로 ‘말아 먹는’젊은 출연진의 활짝 열린 희극 감성과 절묘한 웃음의 호흡 맞추기가 돋보인 무대였다.

그것은 또 마당놀이적인 파격과 극장 연극의 치밀한 문법 요구를 잘 융합시킨 무대였다는 점에서도 각별히 평가되었다.

외국 희곡(윌리 러셀 원작)의 플롯을 우리 현대사 속의 삶의 모습으로 환골탈태시킨 ‘의형제’는 번안 연극의 바람직한 모델로 꼽을 수 있는 성취였다. ‘의형제’를 작품상으로 선정한데에는 그것을 번안 편곡 연출한 김민기의 ‘우리 음악극’을 위한 일련의 노력과 성과에 대한 찬사도 포함되어 있다.

연기상 부문은 ‘김치국씨…’에서 멍청하면서도 엉뚱한 유형을 자신의 개성 으로 소화한 강신일, ‘주인 푼틸라와 하인 마티’에서 대조적인 두 얼굴의 행동 사이를 자유자재로 왕래하며 변신 연기의 묘미를 보여준 최용민, ‘천상시인의 노래’에서 천상병의 허허로운 이미지를 자기화한 강태기, ‘4천일의 밤’에서 잠깐씩 등장하면서도 그때마다 극중 인물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남긴 이현순으로 쉽게 의견을 모았다.

무대미술 부문은 ‘유랑의 노래’에서 동시대 의복 풍속의 복원을 피하면서 그 시대와 연극의 분위기를 살리게끔 조형한 김현숙의 창의성이 높이 평가되었다. 희곡상 부문은 수상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연극 환경을 견디며 고생하는 연극인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동시에 관객의 감소 현상을 IMF 탓으로만 돌리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박조열(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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