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 문제있다면 「감정계좌」로 풀어보자!

  • 입력 1999년 1월 18일 19시 43분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홍기완씨(25·서강대 컴퓨터학과4년)는 아버지(52)와 북한산에 올랐다. “친구들과 벤처기업을 차릴 생각인데 어떻게 운영했으면 좋을까요?”아버지는 옛날 진로를 결정할 당시의 ‘기준’과 사업하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려줬다.

오후 3시. 집으로 돌아온 홍씨는 ‘감정은행 계좌’(The Emotional Bank Account)의 아버지 계좌에‘1점’을 넣었다.잔고가 6점에서 7점으로 올라갔다.

▼ 감정은행 계좌 ▼

대인관계에서 ‘신뢰의 양’을 수치화하는 것. 일종의 대인경영기법.은행의 금전계좌처럼 저축(+·인간관계에서 신뢰를 쌓은 일)과 인출(-·신뢰를 떨어뜨리는 감소시키는 일)이 가능하다. 잔고를 보면 자신의 의사소통수준과 문제해결능력을 알 수 있다. 장부식 또는 다이어그램으로 만들 수 있다.

▼ 표현되어야 사랑 ▼

해병대 출신으로 무뚝뚝한 김모씨(37). 지난해말 아내로부터 “송년회가 있으니 일찍 들어와 애들을 봐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과거같으면 “때가 어느 때인데!”라고 소리쳤을 김씨.

“그래. 재미있게 보내라구.” “당신 요즘 정말 변했어요.” 의아해 하는 아내에게 음흉한(?) 미소를 지은 김씨. 김씨가 운영하는 아내의 감정계좌 잔고가 높아지고 있는지 아내는 모른다.

“표현되지 않는 사랑은 입금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내에 대한 사랑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몰랐던 김씨. 이젠 달라졌다. 새벽마다 아내와 배드맨턴을 하고 토요일 퇴근길에는 꽃을 산다. 한달에 한번은 처가 방문. 결과 아내의 잔고가 올라가면서 부부사이도 좋아지고 있다.

▼ 지불준비금의 위력 ▼

“휴유∼.” L사 정모대리(30)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안도. 3년간 사귄 애인과 이별 위기를 넘긴 것이다. 술버릇이 나빴던 정씨는 대학 동창과의 술자리에서 ‘사고’를 쳤다. 애인의 절교선언 일주일만에 정씨는 애인에게 전화했다.

“자기 계좌에 3점 밖에 안남았어. 0점까지 내려갔다 올라온 거야. 9점까지 올라있었기에 마이너스로 안떨어졌지 안그랬으면 벌써 끝났을 걸.”

▼ 가족 면역시스템 ▼

건설회사 사장인 황모씨(45)는 미국 유학중 잠시 귀국한 아들(18)과 향수사용부터 머리모양까지 사사건건 부닥친다. 감정계좌를 갖고 있는 황씨는 ‘문제’를 변화의 기회로 활용한다.

“감정계좌는 ‘백신’입니다. ‘백신’으로 이해와 신뢰란 ‘항체’를 만들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지요. 에이즈가 무서운 것은 면역시스템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가족도 특정한 위기로 무너지기보다 무력한 면역시스템 때문에 파괴됩니다.”

[‘감정계좌’ 이렇게 운영하세요]

①감정관리대상자(예금주)를 정한다.

②예금주 별 계좌를 만든다.

③총점기준으로 최고점(+10점 또는 +1백점)과 최저점(-10점 또는 -1백점)을 설정한다.좋다 나쁘다의 감정이 없는 상태는 0점.

④점수를 매길 감정항목을 각자 정한다.이때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

⑤매일 예금주의 잔고를 체크해 잔고가 ‘-상태’이거나 급격히 떨어지면 그 예금주를 집중관리한다.

⑥가족예금주는 유지하되 기타 인물은 관계개선이 이뤄지면 계좌를 폐지하고 다른 계좌를 개설한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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