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야블론스키, 25일 예술의전당 내한 공연

  • 입력 1999년 1월 20일 19시 41분


피아니스트 피터 야블론스키는 한국팬에게 특이한 존재다. 이미 세번이나 서울무대를 찾았지만 콘서트마다 평가가 엇갈린다. 찬반의 기호가 한데 모이기 커녕 오히려 더욱 간격이 커진다.

‘문제적 피아니스트’ 야블론스키가 네번째 내한무대를 갖는다. 25일 오후7시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6일 같은시간 부산 남구 대연동 부산문화회관 대강당.

야블론스키가 처음 한국을 찾은 것은 95년 9월. 정명훈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내한연주 협연무대였다. 연주곡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광시곡’. 맑고 탄탄한 리듬감과 열정이 돋보이는 호연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개성없는 무기질적 연주’라는 비판이 들려왔다.

그의 두번째 무대는 96년 12월. 연주 2주전 전석매진을 기록한 호암아트홀 콘서트는 리스트, 무소르그스키 등의 중후한 악곡들로 꾸며졌다. 폭발적인 객석의 반응과 달리 일부 비평계는 따가운 목소리를 쏟아냈다. “타건(打鍵)이 균질하지 못하고 여운이 없이 볼멘 소리가 난다”는 것.

야블론스키는 97년 7월 예술의 전당에서 세번째 내한무대를 가졌다. 베토벤 ‘월광’을 비롯, 라흐마니노프 쇼팽 등으로 레퍼토리를 짰다. 쇼팽의 소나타 2번은 휘몰아치는 듯한 열정과 감성의 연주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첫곡으로 선택한 ‘월광’은 ‘정돈되지 않은 듯한, 어색한 베토벤’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평가의 엇갈림과는 달리 그의 연주회는 언제나 환호하는 젊은 팬들로 가득찬다. 일본 음악지 ‘옹가쿠노 토모(音樂の友)’가 세계 현역 3대 피아니스트 중 하나로 뽑을 정도의 국제적 명성, 이를 뒷받침하는 데카사에서의 활발한 레코딩 활동 및 준수한 외모 등에 힘입은 것일 터이다.

77년생 스웨덴 출신인 야블론스키는 여섯살때 드럼주자로 재즈밴드에서 공연, ‘신동음악가’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영국 왕립음악원 석사과정을 졸업한 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아쉬케나지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으며 연주가로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에도 그의 연주는 합일된 평가를 찾지 못한 채 기억 너머로 사라져버릴까, 아니면 준비된 ‘21세기 거장’의 면모를 확인시키는 자리가 될까. 드뷔시 전주곡집,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7번, 쇼팽 5개의 마주르카, 리스트 헝가리 광시곡집중 3곡 등이 야블론스키의 연주목록. 02―598―8277(크레디아)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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