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스토리. 현란한 액션이 지겨울 땐 매력적인 두 여주인공을 비교해보는 것도 비디오를 보는 즐거움이 아닐까.
마스크 오브 조로가 개봉됐을 때 처음 보는 여자 배우 ‘캐서린 제타존즈’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PC통신에서는 그녀의 사진이 담긴 ‘컴퓨터 스크린 세이버’를 다운받으려는 열풍이 불었을 정도.
영국출신의 캐서린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TV미니시리즈에 출연하던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해 주연으로 캐스팅한 신데렐라다. 현대적 분위기와 고전적 우아함을 동시에 가진 그녀는 검고 긴 머리카락과 신비스런 눈빛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격정적인 플라멩고를 추거나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칼싸움하는 장면은 그녀의 매혹적인 관능미가 돋보이는 명장면.
반면 ‘식스 데이 세븐 나잇’의 여주인공 앤 헤이시는 영화속에서 헤리슨 포드에게 “가슴도 작은 주제에”라며 놀림을 받을 정도로 깡마른 체격. 그러나 청록색 눈과 금발을 지닌 그녀는 현대판 ‘커리어 우먼’으로서 신선하고 발랄한 연기를 펼친다.
글래머와는 거리가 멀지만 ‘볼케이노’ ‘왝 더 독’ ‘워킹앤 토킹’ ‘나는 지난 여름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등에서 주연을 맡는 등 할리웃에서도 손꼽히는 연기파 배우.
그녀의 주가가 한참 올라갈 무렵, 헤이시는 여배우 ‘디네제리스’와 사귀는 동성연애자라고 당당하게 밝혀 세상을 놀라게했다. ‘커밍 아웃’한 레즈비언으로서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은 모든 언론의 초미의 관심대상이었다. 그러나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영화에서 해리슨 포드와 키스를 하는 이성애자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숨가쁜 액션과 모험이 가득한 두 영화의 여주인공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더이상 남성의 보호만을 받는 비련의 여인이 아니라는 점. ‘마스크 오브 조로’의 캐서린은 조로와 함께 칼을 들고 억눌려 있는 민중을 구하고, ‘식스데이 세븐나잇’의 헤이시는 해적과 맞서 싸우고 비행기도 조종하는 씩씩하고 이지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